[역량강화개인결과물] 고영수 - 정말 그게 문제인가요?

작성자: smith0416 - 2021.02.10

역량강화프로그램 개인결과물 – 정말 그게 문제인가요?

 

고영수

 

 

  공식적인 9일 간의 역량강화프로그램이 끝났다. 11개의 강의를 중심으로 서로 생각을 나누는 시간, 관심 있는 주제별로 모여 에너지 전환을 위한 방안을 찾는 시간, 팀이 따로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시간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척 바쁜 시간이었다. 강의에서 다뤘던 수많은 이슈들을 정말 조금씩 조금씩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강의를 들으며 찾아봐야 할 것들이 늘어나기만 했다.

 

  강의는 분명 유익했고 많은 인사이트를 남겼다. 하지만 함께 모여 이렇게 바쁜 시간을 보낸 이유는 현장에서 우리의 문제, 우리의 답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어려웠던 것은 팀을 정하고, 주제를 정하는 것. 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 전력시장 등. 서로 연관된 주제들을 보며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뭔가 미진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국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청년/프론티어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자는 말, 그리고 질문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결국은 그 말들에서 시작해야 했다. 내가 보았던 그 몇몇에서 현장은, 문제는 보고서의 문장만큼이나 간결하지도, 납작하지도 않았다. 정책 수립과 의사결정은 현장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무엇도 날라 주지 않는다. 단일해 보이는 백색광이 프리즘을 통해 스펙트럼을 드러내듯이 현장에서 문제의 맥락을 살피고 드러내는 것, 프리즘의 역할이 지금의 최선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일쇼크라는 변곡점에서 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한국은 분권과 재생에너지가 아닌 중앙집권형 핵발전을 택했고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변곡점 앞에서 지금까지 지체된 변화를 빠르게 시도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 지속 가능한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말처럼, 우리는 기후위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은 준비해야 할 새로운 일상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이 불거질 것이다. 유럽의 사례는 전환이 일조일석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해준다. 정부에  대한 신뢰, 활성화된 시민 조직, 일관성 있는 정책, 강력한 지방자치, 재생에너지에 대한 감수성 등 많은 조건이 있다. 당연히 이런 조건들이 전환에 필요한 요인들이다. 어떤 곳에서,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해야 납작하지 않은, 실효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어젯밤의 일이다. 사례들을 알아보기 위해 이야기 나누던 중 당진의 소식을 들었다. 에코파워 석탄화력을 저지하기 위해 한 번, 당진의 주민주도형 정책을 들으러 또 한 번 다녀왔던 당진이지만,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한참 전에 종결된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미 구축된 송전 인프라를 보고 대규모 풍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업자들이 뻔질나게 찾아오고 있다. 기후위기 때문에 석탄발전소를 없애야 하고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 인정하지만, 왜 또 우리 마을이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내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어떤 솔루션이 나올 수 있을까...

 

  주민수용성을 높여야 재생에너지가 확산될 수 있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낮은 수용성이, 지역에서 거부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거부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낮선 사람이 방문해서 ‘당신 집 근처에다 태양광을 하려는데 같이 하시면 돈 드려요’라고 하면 ‘네네 그렇게 하시죠’라고 답하는 것. 이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중국에 전기가 필요하다고 한국에 발전소를 세우지는 않는데 한국에 전기가 필요하다고 당진에 석탄이든 풍력이든 세우는 건 당연한 일인가? 왜 하필 거기인가? 이런 일을 거부하는 것이 님비라고 할 수 있나? 에너지 분권이라면, 어떤 단위부터가 권한을 가져야 하나? 산업발전을 위해 여기에 핵/화력발전소를 세우겠으니 보상으로 돈을 받으라는 전촉법이나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을 위해 여기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세우겠으니 참여하면 돈을 주겠다는 그린뉴딜이나 (다른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같은 논리, 같은 방식 아닌가.

 

  ‘그린뉴딜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방안 중 주민수용성에 포커싱하고 솔루션을 찾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생각은 하지만,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역에너지센터의 역할이나 주민의 권한과 참여 보장 등을 이야기 해보지만, 어렵다. 강의는 끝났는데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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