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답사] 에너지전환, 성대한 목표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선 - 풍전등화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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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우리는 현장을 뛰며 쉽사리 풀리지 않는 우리나라 에너지전환의 갈등을 마주했다그렇기에 대만이 어떻게 2025년까지 원전제로를 시행하고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대만은 한국의  1/3배의 좁은 영토에 인구는 절반에 달하는데 동쪽에 3천 미터 이상의 험한 산맥까지 자리하고 있어 실질적인 인구밀도는 우리나라를 초월한다심지어 환태평양 지진대와 열대 해상에 속해 연중 잦은 지진과 태풍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요건을 고려했을 때 서쪽에 인구가 밀집한 만큼 서쪽에 집중 설계/설치되는 풍력발전 단지가 그저 놀라워 보인다.

 

그렇게 대만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가득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풍력발전 사업을 위한 Single window 구축

 

대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1 14일에 방문한 에너지국(Bureau of Energy)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대만 정부는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경제부(Ministry of Economic Affairs) 산하에 에너지국을 설립했고 사업 추진에 대한 모든 사항을 관할 하도록 했다.

 

 

풍력발전 사업은 산업부국토부해수부 등 범부처에 걸쳐 있는 부분인 만큼 부처 간의 원활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에너지국이 단일 소통 창구로서  기능을 수행함에 따라 정부의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대만은  3단계에 걸쳐 해상풍력을 보급할 계획으로, 2025년까지 해상풍력 5.5GW를 건설(2단계)하고 이후 2035년까지 연간 1GW씩 확대(3단계) 방침이다현재까진 1단계에서 포모사 1(Fomosa 1) 프로젝트로 128MW가 건설됐고 타이파워(TaiPower)에서 110MW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서남해 지역에 2.5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고자 추진했지만 2017년에야 공사에 착수해 지난해 실증단지(1단계) 60MW 발전을 시작했다우리는 뛰어난 조선중공업제조업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서남해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국책 사업이 초기에 많은 주민 갈등에 부딪히면서도 그렇다 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었다.

 

물론 대만도 주민 반대가 없던 것은 아니다그러나 보상을 요구하는 항의 보다는어장 축소를 우려해 의견 개진을 바랐고 현재까진 단지 내 통항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정부가 직접적으로 소통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어회(漁會)에서 사업자와 주민이 직접 소통할 수 있고만일 이가 어려울 경우 행정원 농업위원회 어업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갖췄다특히 어업서에는 배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다양한 수식으로 마련돼있어 인상적이었다주민 이익공유를 위해 에너지국에서 전력협조금을 마련하거나 지역 편의시설 등을 제공한다는 점은 한국과 비슷했다. 다만, 이익공유 방안을 획기적인 아이디어인 듯 소개해 다소 아쉬웠고 실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서남해에선 이익공유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진당의 좌절위기를 기회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에서 탈원전 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만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한국에서 탈원전 이슈가 정쟁화 되고 있는 것처럼 대만에서도 탈원전에 대한 민진당과 국민당의 대립이 존재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양당이 번갈아 집권함에 따라 원전 정책도 잦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다 2016년에 민진당이 당선하고 국회의원과 지방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하자 탈원전 뿐만 아니라 사회 각기 분야에서 과감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만큼 다양한 집단에서 반대가 거세졌고 2018년 말 대부분의 혁신 정책에 대해서 국민투표가 진행됐다. 홍선한 민진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결과적으로 민진당은 실패했다고 표현했다.

 

 

2018년의 좌절을 딛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에너지 분야만 살펴보자면 정부는 기저 발전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로 하거나 언론 홍보에 전력을 다했다. 대부분 기저 발전을 생각하면 석탄과 원전만 떠올리므로 편견을 근절하자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유명 경제활동가와 신기술을 주로 보도하는 매체에 직접 찾아가 오랜 시간 재생에너지에 대해 설명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의 기업이 RE100(재생에너지 100%)이 가능한 대만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계획이고, 대만 내 큰 전자회사가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기 시작하자 국민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둘러싸고 성행하는 가짜뉴스를 대처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만은 경제부 산하에 언론팀을 만들어 작년부터 이를 바로잡고 있다고 해 굉장히 놀랐다. 2018년 국민투표의 여파가 굉장히 큰 것 같았다. (당시 친 국민당 언론이 재생에너지 결함에 대한 과대 보도를 많이 해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홍선한 당선자에 따르면 국민투표 후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들이 원전과 에너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파악했다고 한다.) 자칫하면 언론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오류를 바로 잡으려는 자세는 높이 사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일까? 대만과 지난 국내 현장답사를 바탕으로 곰곰이 고민해봤을 때, 선거제도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지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대통령 단임제를 하기 때문에 5년의 임기 내에 내실을 다지기 보다는 수치적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돼버렸다. 하지만 대만은 총통 연임이 가능하므로 단기적 성과에 혈안 되지 않고 장기 비전을 설계하면서 국민의 질책을 만회할 기회를 만드는 듯 했다. 물론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제도가 무조건 옳다고 할 순 없지만, 대만 사례를 견주어 한국 사회가 가진 단임제의 허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LCR, 자국 경쟁력 갖추는 발판 될까?

 

한국은 여전히 한국전력이 전력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대만은 타이파워의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전력시장을 개방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관련 법안을 수정함에 따라 기업들은 일정 비율(수치는 논의 중)은 재생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이에 기업(소비자)은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거나 구매하는 등 다양한 선택을 할 것이며 이는 점차 재생에너지 확대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또한 LCR(Local Contents Rule) 제도를 펼치며 자국의 풍력 산업을 육성 및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령 풍력발전기의 요소 중 80%는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식이다. 해외 기업이라도 대만 내에서 부품을 생산한다면 국산화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해외 유수 기업들이 대만 현지에 많이 들어와 있지만 2025년 이후로는 일절 경쟁시장으로 전환되므로 5~6년 내로 자국의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간 대만은 중공업 보다는 전기전자 분야로 산업이 발전해왔기에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사실 한국은 원전 수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탈원전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에너지전환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만은 관련 기술을 모두 수입해오는 상황에서 원전 가동을 멈추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장차 국내 풍력 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자국의 역량을 길러야 하는데, 답사 동안 확실한 믿음을 느끼지 못했다. 자국 땅에서 외국 기업이 생산한 것을 진정한 Local contents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외국 기업이지만 CIP에서 자체적으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단 것이다. 100% 현지화가 가능한 시설 유지/보수와 대만대-덴마크대와의 협력, 대학원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대만 교육부에서도 환경 공모전 등을 개최하면서 학생 스스로 사회 현상의 문제점을 찾아 해결책을 도출하는 역량을 키우고 있으므로, 기술 이전에도 중점을 둔다면 국내 산업도 점차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마무리하며

 

대만에 오기 전까진 흡사 선진문물을 배우러 가는 사절단의 마음가짐이 있었다. 그러나 대만과 한국은 두 국가를 동등선 상에 놓고 비교하기엔 출발선과 환경 자체가 많이 달랐다. 대만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위해 체계적으로 비전을 설계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자세는 보고 배울 점이 많지만, 비전이 정말 실현 가능할지는 자국의 기술 즉, 산업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 분야의 기술은 있으나 풍력 시장이 없는 한국과, 시장을 만들고 도약하려 하나 기술이 없는 대만. 두 국가 모두 포부만 성대했던 아쉬움으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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