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보는 생존의 문제 전력거래자유화를 통한 재생에너지의 활성화 필요

작성자: [email protected] - Jun 587

[전기설비 2019년 6월 호] 기고

재생에너지 확보는 생존의 문제

전력거래자유화를 통한 재생에너지의 활성화 필요

글_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서구사회에서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상이 모태가 돼 18세기 면직산업을 중심으로 산업혁명으로 이어지고 전 세계의 정치 사회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1868년 시작한 일본의 메이지 시대의 개혁 개방도 산업혁명으로 정의할 수 있고, 이는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알 만한 사실들이다. 1901년에 일본에 서양식 제철소가 처음 생겨 일본의 중공업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전혀 대응하지 못한 채 10년 후 한일합방으로 식민지가 된 조선사회의 경직성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은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 이후 150여년이 지난 현재의 지난 40여년을 뒤돌아보면 에너지 분야에서 기시감이 든다. 서구 사회에서 전기에너지 공급체계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1974년에 걸친 제1차 오일쇼크, 1978~1980년에 걸친 제2차 오일쇼크는 석유에 의존하던 에너지 업계에 경 각심을 불러 일으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과 재생에너지 개발의 계기가 됐다. 새로 운 기술 개발성과로 소형 가스터빈 발전기가 경제성을 가지게 되자, 기존의 대형 발전회사 위주의 발 전사업 분야에 소액자본으로도 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진입 자유화의 요구가 거세지게 됐다. 이에 따라 발전사업의 공정경쟁을 위해 송전망 개방을 법적으로 허용하게 되었고, 송배전, 판매에 이르기 까지 전력산업의 자유화로 이어지면서 전력에너지는 경쟁에 의한 생산 판매의 시대가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풍력,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가 시장체제 하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50년 CO2 80% 삭감을 목표로 재생에너지를 주 전원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산업의 변화를 보면 1970년대 석유 위기 시부터 미래 에너지에 대한 기술개발이 시작됐고, 전원의 다양화와 시스템 관리·제어기술의 발달로 전력거래의 경쟁체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구온 난화 문제가 표면화 되면서 전원은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로 대체되고 있으며, RE100과 같은 자발 적 재생에너지 구매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오키나와 전력을 포함해 10개의 민간전력회사에 의해 지역독점으로 운영되던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고자 했으나, 전력회사의 반대에 부딪혀 제한적인 소매시장자유화 수준에 서 그쳤다. 그 내용은 2000년에 2000kW 이상의 특별고압 고객에 대해서, 그리고 2004~2005년에 는 50kW 이상 고압 고객에 대한 전력소매자유화를 실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발전기의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전력 산업 체제를 미국 유 럽과 같은 전력거래 자유화를 목표로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6년부터 전력소매에 대 한 전면자유화가 이뤄졌고, 2020년부터는 송배전 회사와 발전회사를 분리해 발전부문에서도 경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원 측면에서 보면 원자력을 대체하기 위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도입이 급속히 진행되 고 있으며, 2018년 7월 발표된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유럽과 같이 2050년 CO2 80% 삭감을 목표로 재생에너지를 주력전원으로 하기 위한 기본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계기가 돼 전력 산업 전반에 걸쳐 서구와 같이 전력거래의 자유화와 함께 재생에너 지를 주력 전원으로 대체하기 위한 체제의 변환을 이미 이룩해서 2018년 1월 시점에서 450개의 신 규 시장 진입자가 등장해서, 전기와 가스, 전기와 휴대전화 등 세트 할인 방식, 포인트 제공 서비스 등 다양한 요금 플랜이 등장하고,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일본이 전력거래의 자유화를 시도하는 시점에서 원자력발전기 대부분이 정지되고 여름과 겨울의 냉난방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점, 요금을 낮출 수 있어야 하는 점 등은 우리가 처한 현재의 전력산업 환경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재생 가능에너지가 급격히 증가하 는 시점에서 도입되는 여러 가 지 제도가 자유로운 전력거래 제도 기반인지 아니면 규제기 반이지에 따라 향후 제도의 영 속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99년 수직통 합된 발전, 송배전, 판매를 분 리해 전력시장에도 경쟁체제 를 도입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발전회사를 6개의 발전자회 사로 분리하고, 독립적이고 중 립적인 시장 및 계통 운영을 위한 전력거래소를 신설해 2001년부터 CBP(Cost based pool, 변동비반영 전력시장) 라는 제한적인 전력시장을 발족했다. 단계적으로 배전분할과 함께 판매에도 경쟁을 도입해 제도를 발전시키는 계획이 있었지만 이후 전면 중단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우리 전력산업의 구조를 보면 한전이 송배전과 판매를 독점하고 있고, 6개 발전자회사가 발 전설비용량의 약 77%를 보유하고 있어서 한전과 자회사가 전력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시장 구조 하에서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보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20%를 제시하고 있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40년 30~35%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달성한 재생에너지 실적을 보면 IEA 통계 기준으로 2016년 2.2%, 2017년 3.4%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에너지 산업 체재가 재편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에너지 공급원의 변화가 아니라 기존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생각하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체제의 개선없이 도입되어 문제가 발생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에너지신산업과 시장제도의 연관성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ESS는 피크부하 억제용, 재생에너지 안정화용, 그리고 주파수제어용 등으 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미 4GW 이상이 도입되어 운용되고 있다. 피크부하 억제는 야간에 싼 전기요금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저장해서 낮 시간대에 방전하여 피크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이 되었다. 따라서 실제 수요나 도매시장의 가격과 연동되지 않고 단순히 요금제에 따라 충방전을 수행하는 결과로 인해서 야간 피크 시간대에 충전해서 다른 시간대에 방전하는 모순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요즘 피크는 태양광 발전의 영향으로 인해 오후 5시 정도로 이동된 결과를 보여주며, 겨울에는 야간에 피크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시간 계통상황과 연계된 실시간 요금제가 같이 운용이 돼야 피크부하 억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 연계 ESS의 경우는 재생에너지 출력 불안정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현재 운영에 대한 자세한 규정이 없어서 단순히 낮 시간대에 충전하고 밤 시간대에 방전하는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다. 이 두가지 ESS는 충방전 시간대가 서로 반대여서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 충방전을 상쇄하는 형태로 운영이 돼 신산업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이러한 상황은 전력시장의 구조와 운영, 제도가 서로 유기적으로 설계가 돼야 제대로 운영됨을 알 수 있다.


RPS, REC, RE100 그리고 전력거래의 자유화

현재의 시장제도 하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는 배출권 거래제, RPS 제도와 REC 정도를 들 수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전개〉

현재 우리나라는 판매독점이기 때문에 REC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RPS 의무를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지도록 했다. 그러나 RE100 등을 만족시키기 위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소비자용 재생에너지 증서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 언급되고 있는 기업 PPA 제도는 전력판매를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채택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서 한전이 설계하는 녹색요금제는 제도의 특성상 한전이 재생에너지 생산 증서를 구매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형태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녹색요금증서는 재생에너지가 생산한 전력에 여분의 가치를 부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상태에서는 녹색요금제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업PPA 형태로 소비자와 재생에너지 생산자 사이에 직접 거래가 이뤄지면 재생에너지로 공급받는 소비자가 장기적으로 화석연료보다 싸게 전기를 구입할 수 있는 유인이 생기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PPA 제도는 거래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이 공장 내에 부지를 제공 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설비를 운영 관리하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원가 저감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녹색요금 제와 함께 기업PPA, 중개 PPA 등 다양한 거래제도를 도입해 재생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활성하해야 한다.


CBP 시장제도에서 신규석탄과 재생에너지

CBP 시장의 기본의 비용평가에 의한 변동비에 의한 에너지비용 정산, 용량요금에 의한 정산, 그리 고 보조서비스 등 기타 정산으로 이뤄져 있다. 비용 평가는 CBP 시장의 근간이지만 최근 새로 진입 하는 민간 석탄 발전에 대한 비용평가는 논쟁의 중심에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기존이 화석연료 발전기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그 비용을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건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결 언

지금까지 우리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자를 제외하면 민간발전협회 소속 16개사, 집단에너 지 협회 28개사 등, 매우 제한적인 사업자가 전력시장에 참여해왔다. 앞으로 사업자가 수만 ~ 수십 만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규제제도로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해외 각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시장측면뿐 아니라 계통운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경험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왔지만 모두 경쟁적 전력시장 체제에서의 해결책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참고하기에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도 이러한 어려움을 배가 시키고 있다.

전 세계는 OECD 국가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있다. 처음에 재생에너지가 도입되는 단계에서는 발전단가가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보다 높아서 전기요금의 상승 요인이 되었지만,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이는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없는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RE100 제도에서와 같이 기업의 자발적 운동에서 시작된 재생에너지 사용의무는 재생에너지 단가가 비싼 국내 생산기반 기업에게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단가를 빨리 낮추지 않으면 국내 생산시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우리의 산업과 고용을 유지하고 우리의 번영을 후손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현재 경제성이 없다고, 그리고 여건이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빠른 시일 안에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제도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전력거래의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규제의 철폐가 아니라 거래 자유화를 위한 규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소비자 편익의 문제를 넘어서 에너지안보나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전력당국의 이해와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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