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주변 활성단층 논란의 실체

작성자: wawayang - 2001.06.16

월성 핵발전소 주변 활성단층 논란의 실체

 

2001년 6월 16일 환경운동연합 환경조사팀 양원영

 

지금 우리 땅에는 16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그중 4기는 전라남도 영광에 있고 나머지 12기는 부산광역시 고리와 경주시 월성, 그리고 경상북도 울진에 각각 4기씩의 핵발전소가 오늘도 방사능물질을 내뿜으면서 돌아가고 있다.

6월말이면 핵폐기장 부지 공모가 마감된다. 이 잡지가 나갈 때 쯤 그 결과가 나오겠지만 지금은 정부는 ‘핵발전소는 경상도에 핵폐기장은 전라도에’라는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실제로 핵폐기장 입지처의 주요 요직에 있는 이들이 진도, 강진, 영광, 고창 등지에 집중 배치되고 있으며 돈으로 유치서명을 사들이고 서명을 조작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반면에 경상도에 집중되어 있는 핵발전소들에서는 최근,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월성핵발전소 인근의 단층이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해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밝혀진 활성단층의 이름은 ‘수렴단층’으로 월성핵발전소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 있다.

단층이란 땅이 외부 힘을 받아서 어긋난 것을 밀컫는다. 그 중 활성단층이란 말그대로 ‘활동적인’ 단층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capable Fault'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Active fault'라고 하는데 활동적인 단층이므로 향후에 지층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단층인 것이다.

따라서 활성단층은 예고없이 어느 순간에 대규모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 땅의 시간의 인간의 그것과는 달라서 수만년, 수십만년, 수백만년이 예사롭다. 그래서 지질학계에서는 활성단층 규정을 제4기에 생성된 단층, 즉 180만년전에 생성된 단층을 의미하고 원자력산업계는 보다 까다로워서 50만년전부터 지금까지 2회의 단층활동이 있었거나 3만5천년전부터 지금까지 1회의 활동이 있었던 단층을 두고 활성단층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과기부에 지난 2000년 4월에 제출한 보고서 ‘신기지각 변형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월성핵발전소에서 불과 5km 떨어져 있는 곳에 원자력산업계에서 인정하는 활성단층이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5km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다. 국내에서 따르고 있는 미국의 ‘원자로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준’에 의하면 반경 8km이내에 300m 길이의 단층이나 반경 32km이내에 1.6km 길이의 단층이 있을 겅우는 ‘원자로 시설은 지진 또는 지각의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 이를 설치하여야한다’는 ‘원자로 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 위배되므로 핵발전소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고 활성단츠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태로 건설된 기존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안전성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윤영탁의원실과 한 일간지에 의해 폭로되자 과기부는 사실을 공개하기 보다 덮어두기에 급급했다. 이 보고서는 ‘영구배포제한금지조치’가 취해진 것이었다.

사실, 월성은 물론 고리 핵발전소와 신규 건설이 결정된 신고리나 효암․비학지역 일대에 걸쳐있는 대규모 양산단층대에 대한 활성가능성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지질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져왔으며 수렴단층은 양산단층대에 속한 수많은 작은 단층 중 하나에 불과하다. 또한 양산 단층대의 활성여부에 대해서는 1998년 양산단층을 고려한 설계기준 지진의 재평가‘(한국자원연구소의 한전용역연구)나 ’경주시 양남면 일대의 제4기 단층‘(지질학회지, 1999), ’양산단층계 및 울산단층계의 지진활동과 구조‘(한국과학재단, 1999) 등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과기부만 활성단층을 부정해 오고 있던 것이 현실이었다. 따라서 이번 정부 보고서 파문은 민간단위에서 끊임없이 제기하던 사실을 정부 스스르도 인정하게 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한 일간지에 6월 4일 폭로가 되자마자 과기부는 책임 연구원인 최위찬 박사를 대동하여 해명작업에 들어갔다.

해명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해명 내용은 단층 연대 분석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층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50만년전에서 수천년까지의 연령을 측정하는데 쓰이는 OSL방식(optical stimulated luminescence;토양속의 석영이 마지막 햇빛을 본 시기를 측정)과 2백만년전부터 수천년전까지의 연령을 측정하는데 쓰이는 ESR방식(electron spin resonance;단층활동 시 마찰열을 측정)의 두가지가 수렴단층의 연령을 측정하는데 씌였다. 그런데 두가지 방식으로 측정되어 각기 17,600~90,000년과 385,000년전의 연령이 측정되었는데 ESR방식으로 한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 된 것이 아니므로 인정할 수 없어서 활성단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99년 3월 최위찬 박사가 지질학회 논문을 통해 발표한 수렴단층의 길이 400~500m가 트렌치조사(땅속을 포크레인으로 부분적으로 파보아 확인하는 방법)를 통해 150m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내린 것이다.

과기부의 의도는 기자들에게 먹혀 들어갔다. 초기에 문제제기 했던 일간지만이 연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실은 반면 타 언론사에서는 ‘...수그러들 전망이다’, ‘...활성단층 아니다’라는 식의 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하나의 헤프닝으로 규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몇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왜 최위찬 박사는 학회지에 낼만큼 확신을 가졌던 수렴단층의 길이를 갑자기 번복했을까? ESR방법이 어떤 것이길래 국제적인 공인이 되지 않은 방법이라고 했을까? 170km나 걸쳐 있는 주단층대인 양산단층에 대한 조사는 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 사람이 죽고 건물이 무너진 지진이 최근 2,000년 사이에 10회나 발생했다는 역사적인 기록이나 최근 잦아진 지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등 조금만 저간의 사정을 살펴본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구심은 그칠 줄을 모르고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몇 명의 지질학계에서는 양산단층대, 그리고 수렴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지 않는가. 물론 중요한 사회적 결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좀 더 세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결국, 학계에서 학자적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고려대 이진한 교수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확인된 수렴단층의 연령만으로도 원전과 같은 중요한 국가시설이 없는 곳이었다면 쉽게 활성단층으로 인정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원전과 산업시설 등이 밀집되어 있어 민감하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까지 한번 더 비교검증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최위찬 박사의 해명을 설명했다. 그리고 단층길이의 차이는 바로 초기 활동시 단층의 길이와 재활성되어 찢어진 2차 단층 길이의 차이로 이해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활성단층의 길이는 400~500m가 맞는 것이고 재활성되어 찢어진 단층(파열;Rupture)길이가 150m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내 ESR측정 전문가인 강원대학교의 이희권교수가 ‘ESR 방식이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았다’라고 한 과기부의 주장에 동의할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ESR방식을 통한 단층의 연대 측정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었으며 과기부 스스로가 울진 6호기 건설 부지 중심부에서 단층이 발견되자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ESR방법임이 밝혀진 것이다.

게다가 트렌치 조사 결과 150m로 축소되었다는 재활성단층의 길이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8년 이진한교수팀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과제로 조사한 지질자원연구원의 이병주 박사팀의 트렌치 작업 이후에 더 이상의 트렌치 조사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 지질학회지에 실린 ‘지진규모, 단층의길이, 단층의 면적과 지표변위 사이의 경험관계식’을 보면 1m만의 변위에도 18km나 되는 단층길이를 통계적으로 가진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수렴단층이 1m의 변위가 있는 것은 물론 원전에서 2km 떨어진 읍천단층의 경우는 6m나 되는 변위를, 25km떨어진 왕산단층은 28m나 되는 변위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지진을 일으킨 1999년의 터어키지진과 1906년의 샌프란시스코 지진을 보더라도 각각 2.5m와 7m의 변위를 보이고 있으니 (이진한교수팀에 의해)새로이 발견된 대규모 변위의 왕산단층과 원전과 인접한 거리에 있는 읍천단층에 대한 시급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리고 그 사실을 결과적으로는 뒤집은 연구팀은 지금 곤경에 빠져있다. 연구팀을 앞장세워 전문성이라는 무기로 기자들과 국민들에게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과기부는 이제와서는 ‘동내용은 연구팀의 설명으로 정부가 공식 수용하는 내용은 아님’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과기부 및 정부가 핵발전소와 지진문제를 얼마나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과기부는 사업자인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핵발전소를 지으려는 목적으로 연구조사를 하고 불리한 결과에 대해서는 사실을 은페, 축소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씁쓸했다. 이들에게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어떻게 맡길 수 있을지 걱정된다. 더구나 이런 정부의 태도 때문에 희생되는 이들은 국민들 이외에도 순수한 학자적인 양심으로 자유로운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이다.

이번 활성단층 논란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논란의 연장선상인데, 앞으로의 더 많은 과제를 안겨다 주었다. 활성단층 논란을 겪고 있는 수렴단층뿐만 아니라 새로이 제기된 읍천단층, 왕산단, 그리고 주단층대인 양산단층대에 대한 전면적인 세부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조사는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팀으로 진행되어야하며 조사결과는 그때마다 국민들에게 즉시 공개되어야할 것이다. 지층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월성 1, 2호기 건설에 대한 모든 작업이 중단되어야함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ESR논란으로 떠오른 울진 6호기 단층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지중심부에서 단층이 발견되었지만 굴착공사 과정에서 퇴적층이 모두 사라져버려 겨우 암반층에 대한 연대측정만 가능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공사를 진행시킨 과기부의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번 확인한 꼴이 되었다.

[1] 단층의 변위와 길이 비교

단층의 변위와 길이 비교, 대규모 지진이 일으킨 변위와 파열된 단층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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