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_ 미세먼지 저감, 모두 동참을

작성자: ecodemo - 2019.03.20

다소 뜬금없어 보이긴 하지만 문제 하나 낼까 한다. 다음 중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① 건물 내 금연 ② 커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③ 종량제 봉투로 쓰레기 버리기 ④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 강제 2부제. 아마도 적지 않은 독자들은 ④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① ② ③ 모두 관련 제도 시행 초기에는 반발이 없지 않았다.

며칠 전, 몇 년 전에 나온 한국영화를 보다가 음식점에서 흡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영화 제작연도를 찾아보니 2013년이었다. 건물 내 흡연 금지가 2015년부터 실시되었으니 그때로서는 자연스러웠으련만. 건물 내 금연제 도입으로 영업이 어려워질 거란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지난주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렀는데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작년 플라스틱 폐기물 대란 이후 일정 규모 이상 매장에서는 머그잔 사용이 필수가 되었기에 일회용컵 사용이 오히려 낯설고 불편했다. 제도 시행 초기 기사를 찾아보라. 머그잔 사용이 세척공간이나 인력고용문제로 영업에 지장을 줄 거라거나 세척이 잘 안되어 위생문제가 발생할 거란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지금 별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더 멀리 가보자. 처음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되었을 때 사회적 반발이 적지 않았다. 돈 주고 산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려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 환경부를 비난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너무 당연한 일로, 재활용품 분리배출도 기본 상식이 되었다. 전국 동시 쓰레기 종량제 시행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다. 그래서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되었다.


이런 거다. 한때 당연하게 생각한 일도 상황이 바뀌면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된다. 우리 시민은 이런 실천으로 문화를 바꿔낸 이력이 있다. 시민을 믿고 정부는 좀 더 강력한 대책을 세우면 어떨까? 미세먼지는 이제 사회재난으로 비상 상황에 걸맞은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배출가스 5등급차량 운행제한은 이미 당연한 일이 되었다.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비상시 차량 2부제를 넘어 대중교통이 닿는다면 아예 자가용 출퇴근 금지도 고려해볼 일이다. 민간차량 2부제도 비상시엔 채택할 만하다. 도시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이자 1급 발암물질 배출원인 경유(승용)차 감축과 퇴출을 위해 경유의 상대가격 조정에 나서야 한다. 흡연권만이 아니라 혐연권이 존중되듯 경유차 배기가스를 마시지 않을 권리도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윤순진

우리 시민도 미세먼지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민 개개인이 미세먼지 피해자일 뿐 아니라 배출원이기도 하다. 전력의 40%가 석탄화력인 상황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봄철 석탄발전소 전면 일시정지에 따른 일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스크 구입이나 공기 청정기 구입·운영 비용보다 더 적은 비용 부담으로 사회 전체 공기를 맑게 할 수 있다. 경유차 운전자라면 지난 정부의 클린디젤정책을 탓할 수도 있지만 비상상황에선 협조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저감, 모두 동참을
이틀 전 국회에서 미세먼지 대책 관련법 8개가 본회의를 통과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친환경차를 일정비율 이상 생산·판매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친환경차 의무제 도입 조항이 대기환경보전법에서 빠진 건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현실을 고려한 조치라는데 참으로 근시안적이다. 세계는 경유차를 넘어 내연기관차 퇴출로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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