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참여를 통한 갈등 해결, 에너지공동설계프로그램(K-ESTEEM) - 박진희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동국대학교 다르마칼리지 교수

작성자: admin - 2023.01.31

참여를 통한 갈등 해결, 에너지공동설계프로그램(K-ESTEEM)

 

박진희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동국대학교 다르마칼리지 교수

 

 몇 년 전부터 신년 기획기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신재생에너지 주민 수용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올해도 한국농정신문 122일 자 기자수첩 내용으로 신재생에너지 앞세운 농어촌 파괴, 대체 언제까지라는 제목하에 풍력, 태양광을 둘러싼 지역 갈등을 다루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태양광, 풍력 설비들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남, 전북, 충남 등 지역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 설비 설치 반대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 이익 공유제 등 대안이 마련되었지만, 갈등이 해소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2020신재생에너지 수용성 향상 및 갈등 예방 메커니즘 개발·활용연구를 수행하여 한국형 ESTEEM(K-ESTEEM)을 개발하였다. ESTEEM은 유럽연합의 지원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프로젝트의 사회적 수용성 향상을 위해 고안된 툴박스(toolbox)였다. 프로젝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우려와 기대를 파악하고 또한 프로젝트 수행에 장애가 되는 문제들에 대해 이해관계자와 사업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합의 가능한 해결책들을 찾아가는 6단계의 과정으로 구성된 소통 프로그램이 ESTEEM이었다. 실제 유럽에서의 ESTEEM 적용 사례들은 경관과 조화되는 태양광 디자인을 마련하여 태양광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였다던가, 부지선정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를 사업 초기에 시행하도록 제도를 변경, 갈등을 예방했음을 보여주었다. 재단에서는 이를 국내 상황에 맞도록 총 10단계로 구성된 K-ESTEEM을 개발하였다.

  이행 제도화에 앞서 지난 8월에서 12월까지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실행한 K-ESTEEM 실증사업은 한국에서의 K-ESTEEM 효용성을 보여주었다. 태양광 사업을 대상으로 여주, 양평과 전남 영광군에서 진행된 실증사업은 사업자, 컨설턴트, 관련 이해관계자인 지역 주민들이 사업자와 더불어 태양광 사업을 계획단계에서부터 검토할 기회를 K-ESTEEM이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업자와 지자체 인허가 담당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입지가 결정되고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되어야 마을 경관 훼손을 이유로 사업 반대에 나서며 갈등이 증폭되었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었다. K-ESTEEM이 제공하는 대안 포트폴리오 워크샵에서 이해관계자 주민들은 사업자에게 지역 경험에 근거한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설비 기술과 관련해서도 사업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제기하여 사업 계획 수정도 가능하게 해주었다. 주민들의 우려가 반영된 수정 사업안은 지역 갈등에 대한 사전 조율 역할을 해주었다. 실증 기간 동안 주민 역량 강화 사업으로 진행된 유사 설비 지역 탐방과 타 지역 협동조합 사업자와의 미팅은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 태양광이나 풍력에 관한 왜곡된 정보 혹은 정보 부재로 인한 지역 갈등을 완화하는 데도 K-ESTEEM이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익 공유에서도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식 혹은 지역 이해관계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있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함도 보여주었다. 종합적으로 실증사업은 K-ESTEEM이 사업자와 이해관계자들 간의 공동 사업 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해주어 갈등 예방 기능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번의 실증사업은 K-ESTEEM이 본래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반드시 필요함도 보여주었다. 전체 프로그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있는 컨설턴트 양성이 필요하다. K-ESTEEM이 갈등 예방책으로 실제 기능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관련 사업 인허가 요건으로 K-ESTEEM 의무 이행을 포함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K-ESTEEM의 제도화로 지역 갈등이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