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유레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현장, 가볍고도 무거운 발걸음

답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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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목적
우리 팀의 화두는 '풍력발전을 둘러싼 갈등을 중재할 주체는 누가 될 것이며 그 역할은 무엇인가'이다. 이를 위해 관련 갈등이 오랜시간 진행된 서남해지역 중에서도 고창을 우선적으로 방문하기로 결정했고 갈등의 당사자인 주민들과 지자체, 발전사의 입장을 모두 듣기로 하였다.
내용

  전국 각지에서 오는 팀원들이 최종적으로 합의한 곳은 광주였다. 광주송정역은 다섯 명 모두가 처음 와보는 곳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처음 보는 하늘, 간판, 냄새까지. 낯선 곳에서 답사를 시작하는 마음이 부풀어오르기엔 너무나도 최적화된 조건이었다.

만남

  고창으로 이동해 처음으로 만난 인터뷰이는 고창 선주협회 방채열 협회장님, 고창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이성태 위원장님, 고창 피해대책위원회(이하 피대위) 표재금 위원장님이었다. 두 명과 세명으로 나뉘어 각각 인터뷰를 진행한 후, 이성태 위원장님은 다같이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방채열 협회장님이 처음으로 건낸 건 건새우였다. “맛있어요. 말주변이 없어서 논리적으로 야물딱지게 말할 순 없겠지만…원래 틀린 건 고쳐야 하는 사람이라 뒤에서 여기저기 피해도 많이 봤쥬.” 말을 꺼내는 협회장님의 눈은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답답한 듯 툭 던지는 감정 표현 안에 얽힌 사연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말씀을 듣기로 하였다.

  협회장님은 고창군 주민들이 겪었던 갈등의 역사로 입을 여셨다. 고창군은 과거 영광지역에 원자력이 들어올 때, 보상을 받기 위해 주민들끼리 한 차례 의견을 달리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후 상생협력을 위한 사업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하나로 뭉쳤고, 이번 풍력발전단지 사업의 보상문제로 인해 재갈등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풍력발전사업은 많은 어민들의 직접적인 어업권을 사전동의 없이 침해했다는 점에서 골이 깊다. 전원개발촉진법에 의해 발전사측은 주민들 일부와 일방적인 계약을 채결하여 시공을 시작하였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공사가 진행된 이후에 사업의 존재에 대해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보상 역시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사실상 해상풍력발전기의 설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층은 조업활동을 하는 어업인이다. 당장 조업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 동의가 조업인들이 아닌 맨손어업자나 농업인을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보상 역시 그들을 대상으로 한다. 보상에 관련해서는 동의를 한 이들 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행해 새로운 갈등 양상도 생겼다.

  개인에게 하는 금전적인 보상 이외에도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보상, 새로운 사업 조성방안을 통한 보상 역시 부당한 면이 드러났다. 피해대상인 어업인들에게 이로운 방향이 아니라 농경지 사이의 길을 닦는 등 다른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거나 해수부에서 진행하는 바다목장사업 같은 경우 피해를 받는 조업지대 보다 더 큰 구역을 요하는 양상으로 진행되었고 사업의 주도권을 배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돼 실질적인 보상의 방법이 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조직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었다. 현재 풍력발전사업과 관련된 조직은 크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피해대책위원회(이하 피대위), 선주협회가 있다. 각각 약 4000명, 2000명, 60명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힘의 차이가 있으며 풍력발전사업에 대해 가지는 의견에 따라 구성원 간 이동도 적지 않았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막기 위해 회원을 제명하려고 했던 일,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구성원이 새롭게 분열되었던 일 등의 해프닝은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정답을 내는 과정이 쉽지 않은 일임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듯했다.

  협회장님이 특히 강조한 부분은 정보 공개의 투명성과 공론화였다. 이것이 가장 지켜지지 못한 부분이 사전 주민설명회이다. 사업설명회라 함은 사업을 추진하고 싶은 발전사가 설득하려는 대상인 주민을 상대로 사업의 전반적인 설명과 이것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맞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설명회의 대상 설정 측면과 내용 측면 모두에서 정당성이 없었다고, 협회장님은 말을 이었다. 정작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구성원은 타지역 주민도 있었고 사업과는 무관한 주민도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고창군은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잘 알만큼 공동체 구성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외부인이 참여하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설명회의 내용 또한 피해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으며 이 마저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공론화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지자체 역시 이러한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주민이 상생협력을 위해 제안한 대안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행정상의 이유를 들며 사업 진행 후에 가능한 일이라며 일축했다고 한다.

  협회장님의 남다른 정의감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방 협회장님은 과거 지역 주민들의 힘을 합쳐 마련한 재정의 도움으로 골수이식을 할 수 있었다. 이 때 감사한 마음이 평소 죄 없는 주민들을 보호하려는 정의감과 만나 어마어마한 열정과 행동으로 나타났다.

  다행히도 곧 민과 관이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민관협의체’가 조성될 계획이라고 한다. 그 구성은 도지사와 군청 공무원들, 발전사 사업 담당자와 주민대표로 비교적 균형적으로 꾸려졌다. 정당성에 대해선 보다 심도 있는 합의가 필요하지만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협회장님은 큰 발전이라고 보시는 입장이다.

  같은 해상풍력 반대진영이지만 선주협회와는 입장이 조금 다른 비대위의 위원장을 맡고 계신 이성태 위원장님도 현재 진행되는 갈등 양상과 원인에 대해 유사한 이유를 꼽으셨다. 계획입지제도를 통한 사업 진행은 지자체에서 주민수용성을 위해 노력해서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하지만 군은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시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민 입장에서 소통하기 어려운 중앙정부의 권한을 어느 정도 지자체에게 이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이 더 신뢰하기 쉽고 소통하기도 용이한 지자체에게 산자부의 권한을 이양한다면 양방향적이고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사의 문제점도 거론됐는데, 파견 인력이 주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는다는 점과 이는 파견근무 시스템과 회사의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하셨다. 사업설명회의 구성원의 정당성의 문제도 일맥상통하였다. 

  피대위는 고창군 내에서도 해상풍력에 찬성하는 측으로 의견을 달리했던 유일한 위원회다. 대표를 맡고 있는 표재금 위원장님은 발전사업이 시행되어야 한다면 지역민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임을 밝혔다. 사업이 시행되는 초기에는 보상을 조건으로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용인했으나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 반대로 입장을 바꾼 역사가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에 대해 역시 한해풍의 공기업적인 특성과 지자체의 소극적인 관여를 꼽았다.

인터뷰

  인터뷰 내내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갸우뚱했을 대가 있다면 그것은 단어의 뜻을 몰랐을 때 뿐이었다. 그만큼 주민들의 의견은 하나같이 타당하고 나름의 이유와 사연이 있었기에 실재로 피해를 본 당사자가 아님에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로 인터뷰는 채워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었다. 주민들 역시 해상풍력사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중 일부일 뿐이고 우리는 이들만의 시각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 내에서도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의견 표출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이를 파악하고 밝히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뉴스에서만 일어날 것 같았던, 나의 일상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가 기차 타면 몇 시간 걸릴 지역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일상 그 자체임을 실감하며 더 큰 시야 확보의 필요성을 느꼈다. 명확해진 점이 있다면, 인터뷰의 방향성이다. 주민들이 합의를 본 지점과 보지 못한 부분, 각 주체들에 대해 느끼는 생각과 탓이 상대방도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숙고가 필요하고 앞으로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야 할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실태에 대해 낱낱이 알 수 있었던 것이 1일차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니 눈이 번쩍 뜨이는 노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쁜 일정에 사진 한장 남기기 어려웠던 우리는 서둘러 추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1일차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알차게 채워졌다.

노을

35.445533037822, 126.43497886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