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답사보고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 - 투셰(touch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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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만은 대한민국에 비해 풍력 산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국가에 가서 답사를 하는 일은 단순히 어떤 일을 잘했는지 확인하는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만 정부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핵심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초점을 맞춰 탐방을 진행했다.

 

대만이 우리보다 앞서있던 것 정부의 의지와 그로 인해 만들어진 구체적 프로세스

대만이 명확하게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의지와 구체적인 프로세스이다. 대만의 에너지부는 대만 행정부 구성상 총리로부터 3번째에 해당하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에너지에 대해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만 행정부가 국토부, 환경부, 산업부 등보다 높은 위치에 에너지국을 마련한 것을 보면 재생 에너지 산업이 진행 단계에서 국토부의 국토 계획, 환경에 대한 환경부의 고려 등 단순히 산업부의 육성 노력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린즈 룬 부국장은 에너지부에서 각 부처 간 장관들을 소집해 에너지 산업 육성과 발전에 대한 쟁점들을 논의하고, 합의가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총리에게 보고를 올리면 총리가 직접 다시 각 부처 간 장관들을 소집해 해당 쟁점을 다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사례를 제시해 주었다. , 부처 간의 필수적 논의과정은 물론 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해 서로 다른 부처들을 보다 높은 위치에서 독려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만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거의 모든 국가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산업의 경우 경제적 규모가 크고, 국가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산업의 첫 단추를 정부가 나서서 만드는 Top-down 방식이 불가피하다. 대만의 경우 에너지 관련 기술이 부족하다보니 더욱 Top-down 방식을 강하게 가져가고 있다. Top-down을 통해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고, 안정화가 이루어지면 지역 분산식으로 바꾸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대만이 에너지 전환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것 세계 시장으로의 도약

대만 정부가 에너지 산업에 힘을 쓰는 이유를 단순히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만 현장을 직접 방문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실천함과 동시에 RE100이라는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 흐름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었다. , 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 목표는 에너지 산업 육성에 국한된 것이 아닌 대만 전체의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대만 정부의 자구책인 것이다.

세계 산업시장에서 대만이 갖는 산업경쟁력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대만이 자국 기업을 위주로 국내 산업 시장을 육성해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것에 한계가 따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세계와 어깨를 견주기 위해 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이미 산업경쟁력을 갖춘 해외 기업들을 대만으로 입주시켜 고용을 창출하고, 그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 때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유인하는 다양한 요인들 중에서 대만 정부는 RE100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해 제품을 만들겠다는 기업들 간의 약속이다. RE100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어야하고, 에너지원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전력 소매 시장이 개방되어있어야 보다 기업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용이하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아 전기 가격이 저렴하다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기에 기업이 더욱 선호하게 된다. 현재 대만 정부는 이 과정을 착실히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는 대만 정부가 자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에너지 산업을 토대로 마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사례로도 나타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세계에서 최고 주가를 달리는 회사들이 대만으로 기업을 이전하여 고용이 창출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 경제 발전 사례들이 에너지 전환을 통한 경제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반대하는 정당이나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홍선한 국회의원 당선자는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대만 정부가 내수 시장을 외국 기업에게 잠식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진 않았다. LCR(Local Contents Rule)을 기반으로 내수 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WTO에 제소할만한 행위라는 점을 지적하지만 LCR이라는 것이 법적으로 성문화 되어있는 것은 아니며 해외 발전 기업들이 입찰 경쟁에 돌입할 때, 대만 국내 산업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기업 스스로 제안하는 형태이므로 WTO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 들었다. 또한 대만은 아직 WTO에 가입되어있는 정식 국가가 아닌 점 역시 LCR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대만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해 바라는 큰 그림이 무엇인지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예상되는 대만 에너지 전환의 한계점 국민투표 결과의 맹신과 LCR의 한계

대만도 대한민국과 동일하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체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대만은 대한민국에는 없는 국민투표라는 정치적 문화가 있다.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이나 입법하고 싶은 내용에 대해 국민 모두가 투표를 통해 합의를 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만났던 린즈 룬 부국장, 홍선한 국회의원 당선자 등, 대만의 정계에 있는 분들은 이 국민투표 시스템의 결과와 가치를 높이 사고, 행정을 함에 있어 당위적인 근거로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 국민들의 투표 결과가 이러했으니 국민들이 우리의 행정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식의 말씀 내용이 많았다. 물론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택한 다수의 의견을 토대로 행정을 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투표의 결과는 하나의 지표가 되어야하지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위험하다.

직접 민주주의의 맹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찬성과 반대의 표를 행사함에 있어 자신이 투표하는 내용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나 진실을 알고 있지 못한 경우, 타인의 생각에 휘둘려 선동되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입장만 생각하고 투표하게 되며 이러한 사람들이 다수가 되었을 때 투표의 의미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훗날 재생에너지 보급이 목표대로 이루어 졌을 경우 대만은 LCR을 없애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LCR을 없애고 난 후에도 경쟁력을 가지려면 대만은 LCR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술의 상당 부분을 체득해야한다. 하지만 대만 정부와 기업들은 풍력 발전기 설치 후 이를 타국의 지원 없이 유지 보수하는 정도 수준의 기술 이전만을 바라고 있는 듯 보였다. 또한 대만 공장에서 풍력 발전 설비의 요소들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Supply Chain의 거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듯 보였으나 발전기를 제조하는 해외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대만의 시장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언제든 공장을 타국으로 이전할 수 있는 기술과 자본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이 위태로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해 보였다.

 

대한민국의 현실 의지를 잃어버린 정부

시선을 대한민국으로 돌려보자. 우리 정부는 탈원전·탈탄소를 필두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현재 대한민국엔 재생에너지 산업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 이는 지난 대한민국 풍력 발전 산업 현장 탐방을 통한 솔루션 도출 과정에서 가장 많이 대두되었던 부분 중 하나이다. 그리고 많은 에너지전환 청년프론티어 1기 팀들이 이 컨트롤 타워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었다. 우리의 인터뷰에서도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발전 기업과 에너지 정책을 기획하고 연구하는 분들 모두 우리 정부의 방향성과 달리 산업부, 국토부, 환경부 등 각 부처가 정책을 자신의 부처 위주로만 해석하고, 하나가 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행정을 하고 있다 말씀 주셨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보다 10년은 더 앞서있는 덴마크, 독일 등 에너지 선진국은 이미 컨트롤 타워를 마련해 에너지 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있고, 우리가 탐방하고 온 대만 역시도 그러했다.

에너지 산업 육성에 대한 많은 가짜 뉴스와 부정적 프레이밍이 언론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것은 대한민국과 대만 모두 비슷했다. 또한 TWYCC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국회의원 후보자의 공약 내용과 사실관계보다 정당의 이름만을 보고 투표를 하는 모습 역시도 대한민국과 비슷함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잡기위한 대만 정부의 직접적인 노력도 돋보였다. 대만 정부는 가짜 뉴스와 프레이밍에 대응해 직접 보도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언론사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도 에너지 전환에 대해 교육하고 있었다.

한편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각 부처가 신재생에너지를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하는 각 부처의 이권에 맞추어 부정적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분명 정부는 하나인데, 입장이 부처별로 갈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 언론은 국가 산업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던 원전 산업을 건드려 산업의 안정성을 흔들려 한다는 식의 부정적 프레이밍과 탈원전을 워딩삼아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정치적 논쟁으로 끌어가고 있다. 이렇게 부정확한 정보들의 난립 속에서 정부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으며 그들끼리의 싸움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다수의 세계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고 에너지원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현재 대한민국은 준비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우리보다 열악한 조건의 대만도 RE100 기업을 받아들일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여전히 수수방관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더욱이 에너지 시장조차 없다. 현재는 대한민국의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 세계에서 상위를 달리고 있지만, RE100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RE100이 보다 확대된다면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유지 할 수 있을지 정부는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야할 길 - 투셰(touché)

펜싱 용어에 투셰(touché)’가 있다. 펜싱은 게임의 진행 속도가 빨라 경기 진행 중 상대편의 칼이 자신의 몸을 찔렀는지 찌르지 않았는지 본인만 아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신사답게 제가 찔렸습니다.’하는 의미로 칼을 하늘로 올리며 투셰를 외친다. 이는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고, 패배를 인정함으로서 발전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를 인정하는 파라곤 정신은 유럽이 르네상스에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는 근간이 되었다고 평가 받는다.

동양의 바둑에서도 자신의 열세가 분명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바둑돌을 던지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이러한 스포츠맨십이 드러난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를 인정한 후, 빠르게 사과하고 피드백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투셰(touché)’가 스포츠에만 국한된 일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게 절실한 것이 투셰(touché)’를 외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하지 않고도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가진 선진국인데 하는 인식을 안고 산업을 꾸려가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따라갈 수 있다고 안심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설명했듯 에너지 전환과 RE100 선언은 국제적 흐름이며 언제 대한민국 산업에 비수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시장조차 없는 것이 우리의 현 위치이다. 또한 기술을 갖고 있다 해도 이미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10년 이상 뒤져있는 기술력이다. 결국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시장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대만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비해 자신들의 기술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시장 구조를 바꾸고, 다양한 정책과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있었다. , 대만은 현재 세계 시장에서 패배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하는 것을 원동력으로 에너지 전환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가 대한민국 밖에 없다는 것, 우리는 세계무대에서 항상 이기는 국가로 살아왔다는 것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 승리가 영원할 순 없으며 흐름에 부합하지 않으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아야한다. 에너지 전환이 되지 않고 있는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패배의 역사를 써내려갈 충분한 조건을 안고 있다. 에너지 선진국에 비해 10년이 뒤져있고, 우리보다 열악한 조건의 대만보다도 뒤져있다는 점으로 볼 때 이미 산업 전반에서 패배하고 있는 중 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제는 대한민국이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 분야에서 투셰(touché)’를 외치며 패배를 인정하고, 다시금 세계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항상 이기는 국가가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패배에서 배울 줄 아는 국가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대한민국이길 바란다.

25.017406554219, 121.5396881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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