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대책 없는 핵폐기물, 대책 없는 주민 보호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탈핵을 호소합니다

작성자: skyman94 - 2020.03.11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9주기 기자회견문

대책 없는 핵폐기물, 대책 없는 주민 보호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탈핵을 호소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구에 확진자가 대량 확인되면서 전국에서 힘내라고 이어지는 응원의 손길이 고맙다. 자영업자나 영세상인, 관광업계 등이 겪는 어려움은 얼마나 클 것인가. 현대자동차 역시 부품 공급이 안 되거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이유로 휴업에 들어가는 등 회사와 노동자 모두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먼저 하루속히 이런 상황이 종료되길 바란다.

오늘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9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사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했다.

첫째, 일본은 전 국토가 방사성물질에 오염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개한 일본 전역의 <2019년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것은 농수축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에서도 확인됐다. 3월 10일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9년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야생조류와 동물에게서 세슘(CS-134, CS-137) 검출률이 44.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농산물은 17.4%, 수산물 7.4%, 가공식품도 5.5%의 세슘 검출률을 보였다. 

야생육인 멧돼지고기에서는 기준치의 100배에 해당하는 세슘이 검출됐다. 반달가슴곰, 사슴, 곰, 산꿩도 기준치보다 높게 방사성물질에 오염됐다. 야생동물에게서 세슘이 검출됐다는 것은 일본 전역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됐음을 증명한다. 

가공식품도 검사 건수 6675건 중 5.0%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다. 가공식품은 원산지 확인이 어려워 이제 일본에서는 어느 지역이든 방사성물질에 식품이 오염되었는지 걱정할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3월 9일 발표한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확산 – 기상 영향과 재오염 보고서>를 보면, 태풍 하기비스 영향으로 광범위한 지역이 다시 오염됐음이 확인됐다. 나미에 마을 5581곳 중 강 제방과 도로 99%는 일본의 제염 목표치를 웃돌았다. 마을 학교 주변 45%에 이르는 지역은 1년간 연속 노출됐을 때 최대 시간당 17밀리시버트(mSv)의 피폭을 당할 수 있다. 이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일반인 연간 한도 선량의 17배로, 피폭에 민감한 청소년에게 건강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둘째, 소아갑상샘암이 증가했다. 

지난 2월 13일 일본 ‘후쿠시마현민 건강조사 검토위원회’가 발표한 후쿠시마 현내 소아 갑상샘암 발생자 수는 악성 의심 환자를 포함해 공식적으로 총 236명, 그 가운데 수술로 암이 확정된 환자 수는 총 186명이다. 하지만 검토위원회는 핵발전소 사고와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소아 갑상샘암은 통상적으로 연간 100만 명 중 1~2명 단위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셋째, 사고 9년 피난자 수가 아직도 4만 1322명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주민 수는 2020년 1월 31일 기준 4만 1322명이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은 주민들의 귀환을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핵발전소 최인접지역인 후타바마치도 귀환곤란구역에서 해제했다. 이것은 일본 정부의 도쿄올림픽을 핑계 삼은 ‘부흥 정책’과도 연관 있다. 

넷째, 9년이 지났어도 원자로 수습은 아직도 안 되었다. 

후쿠시마 1·2·3호기의 녹아내린 핵연료는 압력용기를 뚫고 격납용기 바닥까지 도달했다. 일부는 그 밑의 콘크리트까지 녹였다. 핵연료가 주변 구조물까지 녹여 커다란 덩어리가 된 ‘데브리’ 추출 작업은 각 호기에서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미사용 핵연료와 사용후핵연료 등을 추출하기 위한 원자로 내부 조사를 진행하지만, 방사선량이 높아 난항을 겪고 있다. 원자로 수습을 못 하니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늘어나고,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마저 검토 중이다. 

이처럼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고통은 일본 전역에서, 나아가 전 세계가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전 세계 핵발전 국가는 진지하게 핵발전 중단을 사회 의제로 삼고 과감한 탈핵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제 울산과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자.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이나 최종처분장 없이 핵발전소 부지마다 ‘임시저장시설’을 운영 중이다. 울산시청 반경 30km 이내에는 국내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70%가 쌓여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지켜보면서 한국사회가 방사능 재난에 직면하면 어떤 상황이 닥칠지 짐작해 본다. 울산시와 구·군 매뉴얼을 확인한 결과 재해 약자 대피 방안이나 일반 주민 대피 방안은 현실적이지 않다. 일례로 울산광역시 매뉴얼은 장애인 수송수단이 장애인 콜택시 51대, 장애인 대형승합차 3대가 전부다. 

이런 상황임에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공론화는 울산시민 의견수렴을 배제하고 있다. 월성 핵발전소 기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울산시민 102만 명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우리는 산업부가 현재 졸속으로 추진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와 경주실행기구를 해산하고, 전 국민적으로 핵발전과 핵폐기물 처분 방안을 공개 토론하길 바란다. 정말 안전하게 핵을 다룰 수 있는지 제대로 공론화하자. 

울산시민과 울산 정치권에 호소드린다. 안전한 울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탈핵의 큰길로 나아가자. 안전한 핵은 없다. 시민 안전을 위해 모두의 힘으로 탈핵 시대를 만들어 나가자. 

2020년 3월 11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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