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의 흥망성쇠와 사용후핵연료 처분 제대로 보기 - 강정민(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작성자: admin - 2020.04.19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에너지정책의 핵심으로 주장하고 있다. 어떤 찬핵지지자들은 “환경성·경제성·안전성이 검증된 원자력”이라고 칭송한다. 이들은 원자력이 여전히 세계적 대세라는 자기들만의 일방적 믿음으로 사는 듯하다.

그러나 2019년 ‘세계원자력산업 현황보고서’ (WNISR-2019)에 의하면, 세계 원자력발전의 미래는 결코 장미빛이 아니다. 그림1이 보여주듯 최근 신규 가동 원전 중 중국 비중이 큼에도 불구하고, 그림2에서 볼 수 있듯이 2025년 이후 신규 원전 건설 전망이 안보이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수명이 다하는 원전들의 폐로로 인해 장기적으로 원자력발전은 연착륙 가능성을 보인다(그림3).

 

 

체르노빌 핵사고와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해 높아진 원자력안전 요구사항들 때문에 건설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이 현재 원자력발전 확대를 발목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림4가 보여주듯 원자력에 비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계적인 투자가 지난 10여년 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최근 몇년간 6배 이상임이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집중적인 건설투자가 없는 한 향후 5-60년 내에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은 사라질 전망이다.

 

그럼 국내 원자력은 어떨까?

그림5는 4월 10일 기준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운영현황을 보여준다. 폐로 준비 중인 고리1호기와 영구정지 중인 월성1호기를 제외하고 현재 24기 원전(전기출력 24.3 GWe)이 가동 중이다(그 중 6기는 정비 중). 올해 준공을 앞둔 신한울 1, 2호기(APR1400, 1.4 GWe)와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APR1400, 1.4 GWe)가 2023-24년에 완공예정이다.

그 이후 후속호기는 도입되지 않는다는 가정아래 필자가 추정한 국내 원자력발전의 전망은 그림6과 같다. 여기서 기존 경수로의 수명은 40년, APR1400의 수명은 60년, 월성 2-4호기 수명은 30년을 가정하였다. 국내 원자력은 향후 30년정도 지나야 현재 발전용량의 절반이 되고, 60년이 지나야 원전가동이 끝난다. (주: WNISR-2019는 한국 원전수명을 잘못 가정하였음) 그림3과 비교할 때 어떻게 보면 세계적인 원전 감소 추세보다 더딘,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점진적 탈원전 정책인 것이다.

국내 원전 가동 기간동안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는 약 27,000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는 약 12,000톤 발생할 것으로 필자는 추정한다.

 

지금까지 반핵측은 원자력발전의 부산물로서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및 처분을 발목 잡아 신규 원전 건설을 억제하고자 한 의도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향후 60년 전후 국내외적으로 원자력발전이 사라진다는 전망아래, 이제부터는 원자력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사용후핵연료의 안전 관리 및 처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시기가 되었다.

사용후핵연료의 독성이 자연 상태의 우라늄 수준의 독성이 되려면 10만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층 처분될 사용후핵연료가 인간 환경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논쟁은 지금껏 끊이지 않고 있다.

반핵 측에서는 공학자들이 지하처분장의 사용후핵연료 내 장반감기 방사성 동위원소가 지표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수십만 년 또는 수백만 년 동안 그 곳에 머무를 것을 보증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를 역으로 이용하여 재처리(국내의 경우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추진파들은 외친다, “선진 재처리공장과 고속로를 건설하여 플루토늄 및 다른 장수명 초우라늄 원소들을 분리하여 반복적인 재순환으로 99% 이상 사라질 때까지 고속로에서 핵분열 시킬 것이니 우리에게 예산 지원을!”

사용후핵연료를 심층 처분장에 처분한다면 그로 인해 지표면에서 수십년 내 또는 그 이후 또는 10만 년 이후 우리 후손의 건강에 어느 정도 위해를 끼칠까?

스웨덴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및 처분 업무 전담기관인 SKB가 이 문제 분석에 선구적이다. 심층 처분장인 지하 500m 화강암 지대에 사용후핵연료를 적재한 구리캐니스터를 벤토나이트 점토층으로 둘러싸서 처분할 계획인 SKB는 처분장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실패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구리캐니스터와 벤토나이트 점토 장벽 모두 처분장 운영시점부터 실패하여 지하수가 스며든다는 가정아래 지하수가 사용후핵연료를 서서히 용해시켜 함유된 방사성 원소들(가장 수용성이 높은 것부터)을 화강암의 균열을 통해 운반하여 지표면을 오염시킨다는 가정이다 (그림7).

그렇지만 이러한 가정보다 좀 더 현실적인 실패 시나리오는 구리캐니스터는 실패하지만 벤토나이트 점토 장벽은 남아 있는 경우로 그림8이 그 결과를 나타낸다.

처분장 운영시점부터 구리캐니스터에 제조결함으로 구멍이 있고 주변 점토층도 사라진 최악의 실패 시나리오 경우(그림7) 처분장 지표면에서 받는 방사선량은 100년까지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100-200년 사이 연간 5mSv 이하, 200년 이후 연간 3mSv 이하, 4,000년 이후 연간 1mSv 이하 (주: 일반인에 대한 연간 유효선량 한도는 1mSv 즉, 1,000 μSv).

 

구리캐니스터는 실패하지만 벤토나이트 점토 장벽은 남아 있는 현실적인 실패 시나리오의 경우(그림8)는 처분 이후 지표면 방사선량이 연간 1mSv 이상을 결코 넘지 않는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10만 년 이후 지표면 방사선량이 연간 0.1mSv 이하이다. 즉, 공학적 안전성을 보인다.

그림7에서 주목할 것은, 처분장의 10만 년 이후 장기 피폭선량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사용후핵연료의 우라늄-238의 붕괴 산물인 라듐-226(Ra-226)이다. 라듐-226의 반감기는 1,600년이며 비흡연자의 폐암의 상당 부분 원인이 되는 라돈-222로 붕괴된다. 사용후핵연료의 우라늄-238을 원래 채굴된 우라늄광산에 도로 둔다면 그 붕괴산물의 위험은, 그 광산의 다른 우라늄-238 붕괴산물이 지표면에 도달하는 위험과 비교할 때 좀 더 크거나 적을 것이다. 즉, 사용후핵연료 지하처분장의 위험도는 천연 우라늄광산의 위험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분석의 결과에 대해 반핵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용후핵연료가 지상에서 관리될 때의 위험도와 심층 지하처분장에 처분되었을 때의 위험도는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가동 중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력 안전사고 또는 보안사고 상황에 따라 후쿠시마 핵사고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원전의 냉각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원자로 내 핵연료가 용융하여 중대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언제든 있는 것이다. 물론 원전에는 비상냉각시스템 등 중대사고 대처 방안이 있다. 그렇지만, 후쿠시마에 그런 관련 시설이 없어서 후쿠시마 핵사고가 터진 것은 아닌 것이다.

 

1m 이상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격납건물 내 압력용기 원자로 속에 들어있는 핵연료에 비해, 격납건물 옆 일반 콘크리트 건물 내 수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크다. 원자로에서 방출된 지 수개월 되지 않은 사용후핵연료는 방출열이 높아서 안전사고 또는 보안사고로 저장조 물이 새거나 증발되어 수면밖으로 드러나면 피복재가 물과 발열 반응하여 수소를 발생시키고 화재를 일으킨다. 녹은 사용후핵연료 내 고독성의 방사성 가스가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후쿠시마 핵사고와 같은 중대사고다.

현재 국내 경수로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저장공간 부족문제로 대부분 밀집저장을 하고 있어, 안전사고 또는 보안사고로 냉각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저장조 화재가 발생하면 개방저장에 비해 방사능 누출이 20배 이상 증폭된다. 2018년 필자(공동연구)의 계산에 의하면, 고리3호기 저장조에 화재가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체르노빌 핵사고에서 누출된 고독성 방사능 기체 세슘-137 양의 30배 이상이 누출되며, 사고 시 기상조건에 따라 우리나라는 평균 약 8,000 km2 최대 약 51,000 km2 지역이 소개지역으로 변하고, 평균 4백2십만명, 최대 2천1백만명이 피난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까지도 넓은 지역에 걸쳐 심각하게 방사능 오염시킨다. 결과 시뮬레이션 예를 그림9에 주었다.

 

후쿠시마 핵사고 또는 그 보다 대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사고 같은 중대사고가 상존하는 운영 중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과 사용후핵연료 지하처분장의 위험성을 단순 비교하기는 곤란하겠지만, 비교 논의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림10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 중인 국내 표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 스웨덴처럼 지하 500m 깊이의 이 처분장 개념은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20,000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16,000톤을 처분할 수 있다. 이 처분장 설계에서 가정하는 사용후핵연료 냉각기간 등을 조정하면 향후 국내 원전에서 방출되는 모든 사용후핵연료(경수로 27,000톤, 중수로 12,000톤)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추정한다. 미래 처분장 후보부지로 어디가 적절할지는 향후 또다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지난 20여년간 7천억원 정도의 예산을 쏟은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연구개발 지지자들은 사용후핵연료 지하처분장의 위험도에 대한 일반인의 우려를 이용하여 파이로프로세싱 시설과 고속로를 건설하여 플루토늄 및 다른 장수명 초우라늄 원소들을 분리하여 반복적인 재순환으로 핵분열시켜서 사용후핵연료의 부피와 독성을 크게 줄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림7에서 볼 수 있듯이 플루토늄(Pu) 및 다른 장수명 초우라늄 원소들(Np, Am)이 처분장 지표면 방사선량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하므로, 이들 원소를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분리하고 고속로에서 핵분열 시키는 것은 처분장 지표면에서 인간에 대한 장기 방사선 피폭선량을 별로 감소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에서 발생하는 2차 방사성폐기물(전부 고준위 핵폐기물)을 고려하면 처분할 고준위 핵폐기물의 부피도 크게 줄이기 어렵다. 더군다나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는 파이로프로세싱 하지 못하고 직접 처분을 하게 된다.

더욱이 경수로에 비해 고속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냉각재인 소듐이 공기 또는 물과 접촉하면 연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듐냉각 고속로의 핵연료 재장전 및 수리는 경수로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의 고속로 슈퍼피닉스는 폐쇄 전까지 단 3%, 일본의 몬주는 단 1% 이하 가동률로 운전되었다. 전 세계 경수로는 일반적으로 80% 이상의 가동률로 운전된다. 고속로의 상업화를 위해 세계적으로 60년 이상의 노력과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였지만, 겨우 러시아에서 2기의 원형로타입 고속로가 가동 중이며, 인도와 중국에서 1기씩 건설 중이다.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연계시스템 실증시설 건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논의가 중단되었다.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안)에 의하면, 2020년대 중에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실증시설들을 건설 운영한다는 계획아래 연간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30톤을 파이로프로세싱하여 고속로에서 활용한다는 목표로 약 3조6천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용에는 관련 시설들 운영유지, 폐로, 제염해체 비용이 없다. 30년 운영 가정아래 필자가 추정한 총 비용은 약 16~27 조원이다. 여기에는 추가 비용으로 고려해야할 고속로 사용후핵연료 파이로프로세싱 시설 건설/운영/폐로 비용, 부지 비용 및 지역지원금에 대해서는 고려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GWe 경수로 원전에서 1년반 가동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약 30톤을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연계시스템에서 처리하는 비용이 대략 20조원 전후이니, 국내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총 발생량 약 27,000톤을 처리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됨을 쉽게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원자력안전 규제강화 때문에 높아진 원자력 건설 및 운영 비용으로 인해 발전원으로서의 경쟁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은 향후 60년 전후 전 세계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이제는 원자력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사용후핵연료의 안전 관리 및 처분을 진지하게 논할 시기가 되었다.

지표면 피폭선량 측면의 기술적 분석 결과, 사용후핵연료 지하처분장의 위험도는 천연 우라늄광산의 위험도와 비슷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반핵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사고 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사고 같은 중대사고가 상존하는 운영 중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과 사용후핵연료 지하처분장의 위험성을 비교 분석 논의할 가치는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 중인 지하 500m 깊이의 국내 표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개념은 가정하는 사용후핵연료 냉각기간 등을 조정하면 향후 국내 원전에서 방출되는 모든 사용후핵연료(경수로 27,000톤, 중수로 12,000톤)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 처분장 후보부지 모색을 위해서는 또다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심층처분의 공학적 편익에도 불구하고, 2024년 지하처분장을 운영할 예정인 핀란드와 지하처분장을 확보한 스웨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처분장 부지조성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높은 사회적 합의와 상호신뢰가 필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신규원전 정책 등 다른 요인에 의해 그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탈원전을 공표했으나, 사용후핵연료 처분정책과 관련해서도 보다 공고한 신뢰조성을 위해 일관성 있는 관련 정책 추진을 국민들에게 재확인시켜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사용후핵연료 지하처분장의 위험도에 대한 일반인의 우려를 이용하여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지지자들은 파이로프로세싱 시설과 고속로를 건설하여 플루토늄 및 다른 장수명 초우라늄 원소들을 분리하고 재순환시켜서 사용후핵연료의 부피와 독성을 크게 줄이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기존의 처분연구 결과들은 플루토늄 및 다른 장수명 초우라늄 원소들이 처분장 지표면에서 인간에 대한 장기 방사선 피폭선량 감소에 별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이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연구개발에는 엄청난 비용의 예산이 소요되는 반면, 공정에서 발생하는 2차 고준위 핵폐기물 때문에 고준위폐기물 부피 또한 크게 줄이지 못하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고속로 도입을 전제로 한다.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연구개발은 중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