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기보도자료]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핵심은 원전 안전체계 ‘구멍’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용훈 교수가 멸치·바나나 비유로 본질 왜곡하고 국민 생명 위험 희화화

작성자: desk - 2021.01.31
사)에너지전환포럼 바로잡기보도자료 “사람‧환경‧미래를 위한 에너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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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핵심은 원전 안전체계 ‘구멍’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용훈 교수가 멸치·바나나 비유로

본질 왜곡하고 국민 생명 위험 희화화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유출 사건에 대해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의 삼중수소 피폭량은 1년에 바나나 6개나 멸치 1g을 먹는 수준이다.” 이러한 비유는 언론 보도를 널리 확산되었다. 정 교수는 다수 언론매체를 통해 “월성원전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연간 피폭량은 0.3~0.6 마이크로시버트(μSv)인데, 이는 멸치 1g(건멸치 0.25g)을 먹었을 때와 같은 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이 각 분야 전문가들과 확인한 결과, 이는 단순 셈법에 기초한 위험천만한 주장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방사성 물질의 체내 피폭 메커니즘은 의학, 보건 분야에서조차 아직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영역임에도 자칭 ‘원자력 전문가’인 정 교수는 선택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인 바나나와 멸치의 자연방사성물질과, 원전 주변 주민들에게서 검출되는 삼중수소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면서 누적적 피폭과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오류를 범했다. 관련 전문가들로부터의 사실 확인을 통해 정교수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의 주장을 비판하고자 한다.

 

① 바나나와 멸치로 인한 삼중수소 피폭량 : 자연 방사성 물질인 폴로륨을 섭취할 때의 피폭과 삼중수소 피폭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면서 삼중수소의 장기 인체 내부 피폭 위험성 도외시하는 오류 범해

 

정용훈 교수는 바나나와 멸치에 함유된 자연계 방사성 물질인 칼륨에 의한 피폭과 삼중수소 피폭을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한 오류를 범했다. 자연 방사성 물질인 칼륨은 이온화되어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체내로 들어오더라도 쉽게 빠져 나간다. 반면 삼중수소의 인체 내 거동을 다룬 연구(2016년 유엔과학위원회 보고서 참조)에 따르면 체내 유입된 삼중수소 중 0-3%가 세포 혹은 조직 내 탄소와 결합하여 유기결합삼중수소(OBT)로 체내에 잔존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길어진 생물학적 반감기로 인해 인체 영향이 더 장기간 지속되고 크고 결합된 조직에 따라 영향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유기결합 삼중수소의 정확한 인체 영향 평가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교수의 단순 계산법으로 밝힐 수 있는 피폭 효과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정교수는 이미 의학계에 잘 알려져 있는 체내 칼륨과 삼중수소의 피폭 메커니즘 차이를 무시하고 이 둘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여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오류를 범했다.

체내에 들어온 삼중수소의 유기물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온전하게 규명된 상태가 아니다. 유효 선량 계산도 연구가 계속 이루어지면서 달라져 왔다. 따라서 성급하게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이 거의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피해 우려를 묵살하는 행위다. 책임 있는 전문가라면 삼중수소의 피폭 영향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장기 건강연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였을 것이다.

 

⓶ 멸치·바나나 운운은 잘못된 주장일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의 실체를 가리고 논점을 흐리는 왜곡을 가져와

 

이번 사건의 실체는 원전 안전체계의 허술함이 드러났다는 사실에 있다.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비계획적인 장소에서 발견되었음에도 방사성 물질 누출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아직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적시에 취하지 않았다. 고농도 방사성 물질 검출 사실은 익명의 제보로 환경단체에 의해 외부에 알려졌다.  아직도 ‘삼중수소 누출이 어디서 발생했는가?’ ‘지금도 누출이 일어나고 있는가?’ ‘안전체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 ‘기존의 안전체계로 충분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멸치·바나나 비유에 가려 이에 대한 사실 확인과 대응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⓷ 정용훈 교수의 사실을 호도 이번이 처음 아냐, 반복된 왜곡 발언 멈추고 책임 자각해야

 

정 교수의 왜곡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원전 거짓과 진실, 성급한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정 교수는 “만약 후쿠시마 시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북유럽 쪽 핀란드, 노르웨이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발언하였다. 이 발언에서 정교수는 후쿠시마 시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사고 원전으로부터 20-30km 이내 지역이 아닌 후쿠시마 시 전체(반경60-80km)로 확대하여 후쿠시마 원전주변 지역 방사능 오염의 심각성을 희석하고 자연방사선 수치가 높은 북유럽 일부 지역을 거론하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별 문제없는 것처럼 논점을 왜곡하였다. 나아가 일본 내에서조차 큰 쟁점이 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는 문제없다는 취지의 발언 등 극단적인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러한 정 교수의 주장은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의 책임 방기에 해당한다. 정 교수는 원전업계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대변하기 위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국민에게는 원전 안전신화를 강요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⓸ 원자력 안전체계 점검이 핵심 이슈, 전문가로서 기술적, 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원자력발전소는 운전하는 동안 기술적으로 가능한 한 최대한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 전문가는 안전 현안이 발생했을 때 국민 입장에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사실을 호도하거나 정쟁화하는 것은 전문가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올 해로 10주기를 맞이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방사성 폐기물 누출에 따른 지역주민의 건강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건강 문제들이 많이 존재하는 만큼 장기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음에도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원자력발전의 사업성을 높이고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편의를 도모할 목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정용훈 교수는 왜곡된 단순계산법으로 삼중수소 유출의 건강 위험성을 바나나 멸치로 희화화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월성 지역 주민에게 깊은 상처를 안기는 발언이자, 원전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정 교수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지역주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며, 이번 삼중수소 유출 사고의 심각성 인식과 해결책 모색에 있어 국민적 혼란을 야기한 점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정용훈 교수는 지금이라도 원자핵공학 전문가로서 삼중수소 유출에 따른 기술적, 도덕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