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답사개인결과물]고영수 - 법과 제도에 우선하는 것

작성자: smith0416 - 2021.02.11

현장답사결과 공유 – 법과 제도에 우선하는 것

 

고영수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갈등이 다뤄지는 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지역을 알아봤다. 검색과 추천, 회의를 거쳐 선택한 지역은 당진 대호지면과 해남 문내면. 두 곳 모두 농지법 개정을 통해 일시적으로 재생에너지 설치가 허가된 지역이며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역이다. 

 

당진에 방문해서 먼저 대호지면, 태양광이 설치되는 사성리와 적서리로 이동했다. 버스로 이동하여 주민을 만나고, 도보를 통해 다른 마을로 이동하며 마을과 주민들의 분위기를 살피려 했다. 아쉽게도 주민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대호지면의 인구는2,400여명이라고 한다. (대호지면은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를 합친 것 보다 조금 더 넓다.)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집회를 하게 만든 태양광은 어떤 존재일까.

 

3일간 당진에 머물며 이해당사자들을 만났다. 먼저 지자체. 사업허가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주민수용성을 파악해야 하는, 그래서 찬성과 반대측 모두의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당진시청을 방문하여 지자체의 입장은 어떤지 갈등 조정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지자체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사성리와 적서리의 찬성 주민들을 만나 어떤 과정으로 찬성하게 되었는지, 이 사업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반대측과 어떻게 협의하는지 들었다. 지역에서 개인적으로, 조직위에 참여해서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 에너지전환에 대해 어떤 의견인지,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를 만나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주민들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 사업을 진행하며 어려운 점과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들었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석탄화력에서 태양광 발전소가 된 당진에코파워를 방문하여 지역 주민들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보았다. 마지막, 당진시에너지센터에 방문했다. 지자체와 주민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지금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갈등 조정을 위한 역할이 무엇일지 이야기 나눴다.

 

현장에서마주한갈등과 이해당사자의, 특히 주민들의 의견은 너무나 다양했다. 에너지 전환에는 동의하지만 농지에 재생에너지가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주민이 있고, 기존의 석탄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으니 재생에너지가 필요 없다는 주민이 같은 공간에 있다. 사업자와 함께 본사와 현장을 견학하고 믿게 되었다는 주민과 이해당사자인 사업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믿을 수 없으니 공신력 있는 정보를 요구하는 주민이 있고 그 옆에는 슬레이트 지붕, 핵발전소 등의 사례를 들며 정부 자료도 믿을 수 없다는 주민이 있다. 협동조합원이면서 반대에 투표하는 주민이 있다. 친분에 따라, 누가 어떤 말을 했느냐에 따라 찬반이 진동하는 주민이 많다.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 사무국에서 확인한 전국의 재생에너지 민원들은 크게 몇가지로 묶을 수 있었다.빛공해와 전자파 등의 문제, 난개발과 산사태 등의 문제,소음과 먼지, 공사차량 출입과 같은 문제는 인식개선과 법적 기준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생활권과 조망권의 침해, 생계와 생존권, ‘그냥 싫다’는 의견은 이해당사자간의 협의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각 지역에서 찬성측과 반대측에서 공통적으로 필요성을 말한 것은 갈등 조정을 위한 공적 권위이다. 서로의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는 이해관자들을 불러 모아 협의를 진행할 주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에너지)분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지자체가 갈등을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지자체는 권한과 예산, 인력 모든 것이 부족하다. 소수의 공무원이 수많은 업무를 처리하며 지역 내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순환보직으로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자체장은 선거가, 일반공무원은 민원이 부담이다.(대호지면 면장은 주민들로부터 감사청구, 해임요구를 받았다. 답사 얼마 전, 면장이 교체되었고 새로운 면장은 인터뷰를 거절했다.때문에 지자체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당사자간의 문제로 취급하고 사업자에게 떠넘기게 된다. 전국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민원 처리 결과는 거의 대부분이 사업자에게 민원 해결을 요청하는 것이었다인터뷰한 당진시에너지센터는 갈등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지만 법적 권한도, 예산과 인력도 없다고 한다. (답사 중 문의드렸던 분들에게서 지역에너지센터가 준비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에너지센터를 운영할 주체 발굴권한의 범위등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의 재생에너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솔루션이 이미 존재한다. 정부 정책으로 발전사업허가시 주민의견수이 의무화되었다.(누가/어디에서/누구에게/어떤 방식으로 의견수렴을 하는지, 어느 정도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산자부 해당 부서에 연락을 했으나며칠 동안 연락을 받지 않았다이러한 정책을 누가 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정책의 내용을 확인하고 질문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지자체가 부지 발굴과 수용성을 해결하고 신청하는 신재생집적화단지 제도가 만들어진다. 주민참여형 모델의 ‘합리적’ 이익공유 모델이 마련된다.(작년이 기한이었다.) 풍력 원스탑샵이 도입되고 금융지원이 강화된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교육과 인식개선이 진행 중이다.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지분참여 등을 통한 이익공유에서 공동체에너지까지 다양한 모델과 이론이 개발되었다. 하지만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수많은 솔루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갈등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특정한 법과 제도가 아니다지금의 솔루션처럼 대규모 입지 계획을 세우고 주민에게 보상하는 것은 전형적인 경성에너지 경로의 방식이다주민은 언제까지나 피해자(이제는 채권자)에 머물게 된다주민 참여를 말하면서 기존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는 것갈등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다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고신뢰 없이는 솔루션이 작동하지 않는다솔루션의 실패가 불신을 키운다

 

갈등 현장에 필요한 것은 책임이다갈등의 현장에 참여하여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지역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주민들을 발굴해야 한다사업 허가와 갈등 조정을 위한 권한이 보장되고 주민 발굴과 교육활동을 위한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정부지자체사업자갈등조정주체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지금의 (에너지)민주주의에선 먼 이야기다

 

신뢰 관계를 만드는 과정은 지난할 것이다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에너지 생산과 수송의 네트워크는 지방(이라는 개념 마저도)을 식민지화했다전후 복구와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가 주민을 강제한 사례기업이 주민을 착취한 사례국가가 기업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지 않은 사례가 너무나 많다에너지를 포함한 많은 영역에서 지역의 식민지화는 지금도 지속/확대되고 있다

 

찬성하는 주민도반대하는 주민도 공통적으로 지역 발전소득 보전을 중요하게 말했다정부가 추진하는 이익공유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낙후된 지역줄어드는 인구낮은 농업 소득… 주민들에게 소득이지역 발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리고 이 당연함은 에너지 체제와 분리할 수 없다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교체가 아니라 에너지의 생산과 수송소비가 이루어지는 사회 체제의 변화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사회 체제의 변혁을 위한 새로운 녹색 정책/합의(뉴딜에 대한 번역이 무엇이든)는 적절한 명명이다단지 이름에만 머물지 않도록 참여가 필요하다.

 

청년의 역할이 요구된다관심을 가져야 하고직접 보아야 한다누군가는 전환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하고 누군가는 갈등 현장에 직접 참여할 것이다모두가 현장에 있을 순 없고그럴 필요도 없다누군가는 시민사회에서누군가는 지자체에서누군가는 에너지 산업에서 일을 할 것이다그 모든 공간에서 현장을 잊지만 않아도 다행이다아직까지는 그렇게 생각한다

 

현장답사를 준비하며뿌리즘이라는 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우선은 이해당사자들의 생각을 그들의 언어로 듣고자 했다재생에너지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마을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처음 알게 된 당시와 지금 생각에 차이가 있는지무엇을 원하는지찬성/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그 이유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다른 이해관계자와 관계가 어떻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대화를 하며 합의점이 보이는지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되지 않아 내 언어로 다시 확인한 부분들으려 했지만 말하지 않아 직접 물어본 부분관심 있어서 더 확실히 기억하는 부분 등 온전한 그들의 의견은 아닐 것이다.)

 

답사 기록을 정리하고 관련 자료들을 확인하고 추가 인터뷰를 잡고 있다이제 이것들을 모으고 다듬어 how에 대답해야 한다어떤 대답이 나올지 아직은 모르겠지만대답과 별개로 우리가 문제를 제대로 보았는지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계속된다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