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수요관리 없는 韓 전력·가스시장 큰 충격” 가스대란 장기화 대비, 政긴급대책 세워야

작성자: admin - 2022.08.29
사)에너지전환포럼 보도자료 “사람‧환경‧미래를 위한 에너지전환”
2022년 08월 29일 (월요일)즉시 보도가능합니다
배포 2022년 08월 2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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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광훈 전문위원 [email protected]

가스전 보유한 영국도 에너지가격 현실화

10월 韓 대비 전기료 6.8배, 가스료 3.6배 인상

“수요관리 없는 韓 전력·가스시장 큰 충격”

가스대란 장기화 대비, 政긴급대책 세워야

 

영국 정부가 지난 26일 치솟는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에너지요금 상한(price cap)을 지난 4월 상한 대비 전기요금은 86%(전력량요금 기준), 도시가스요금은 114%(사용요금 기준)까지 인상조치를 단행했다. 이 조치는 올해 4분기(10~12월)에 적용된다(표  참조).

 

영국 에너지시장 규제기관인 가스전력시장 규제청(OFGEM)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고강도의 요금 상한 인상조치의 이유로 국제 가스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존 가격으로는 전력, 가스 공급산업의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발표했다. 또한 향후에도 지속적인 국제 가스가격 상승으로 인해 내년 1월, 4월에도 요금상한선을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시가스 열량환산: 1kWh = 3.6메가줄(MJ), 환율: 1,577원/파운드(₤)

※※국내도시가스 요금은 도시가스협회 회원사 평균 소매요금기준(8.1.)

※※※전기요금은 “Economy 7” 요금제 가구(월 350kWh 사용)와 TDCV가구(월 242kWh)를, 가스요금의 경우 연간 12,000kWh 사용가구를 기준

 

가스자급률 47%의 영국이 고강도 요금인상 조치를 단행한 배경

 

영국은 북해 유전, 가스전으로 가스자급률이 47%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강도 요금인상조치를 취한 배경이 따로 있다. 영국의 전력, 가스시장은 유럽시장에 연동되어 있어 유럽의 에너지대란이 그대로 공급비용 상승으로 이어졌고, 영국의 높은 도시가스보급률(85%, 한국과 공동 세계2위)로 인한 비용상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용 도시가스는 발전용이나 산업용과 달리 큰 폭의 계절간 수요격차(국내의 경우 동절기와 하절기간 약 11배 차이, 2020년 난방용 실적기준), 저압배관 설치, 높은 영업비용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발전 및 산업용 대비 두 배 이상의 가격이 형성된다.

 

콘월인사이트(Cornwall Insight) 등 에너지컨설팅 기관들은 이 같은 원가상승 상황에서 영국정부가 전기, 가스요금을 동결할 경우 내년 2분기에는 전기, 가스 부문의 누적적자가 1,300억파운드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액수는 지난 2021년 영국정부의 예산 9,280억 파운드의 14%에 해당할 정도로 정부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영국정부는 전력 및 가스요금 결정을 전문규제기관인 OFGEM에 위임하고 개입을 자제하되, 요금인상부담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쿠폰, 저소득층, 취약계층에 지원금 지급 등 정부재정을 통한 직접보조 정책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정부는 지난 4월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총 2천9백만 가구에 에너지쿠폰 형태로 400파운드(한화 약 60만원)를 지급하기 위해 총 117억파운드를 조성했고, 저소득층, 장애인가구 등에 별도의 생계지원비로 약 253억 파운드 등 총 370억파운드의 정부재정 지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원가가 반영되지 않는 국내 가스, 전력시장의 문제

 

이번 영국정부의 요금인상 조치로 10월부터 적용되는 영국의 전기, 가스요금은 국내 대비 각각 6.8배, 3.6배로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국내 전기, 가스요금이 국제 에너지가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해외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100%인 국내 여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가스공사가 해외에서 높은 가격에 도입한 LNG를 도시가스사들과 발전사들(한전/민간)에게 원가와 반대방향으로 가격을 설정해 공급하면서 도시가스 부문의 수요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상반기 영업실적 발표자료의 부문별 공급량 및 매출액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를 검토해볼 때, 상반기 평균 톤당 100만원 남짓한 가격에 도입된 LNG가 도시가스사들에는 톤당 85만8천원, 발전사들에게는 톤당 131만9천원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난다.

 

즉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부문에서 야기되는 막대한 원가상승분을 발전부문에 전가해 도시가스 요금을 보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주택용 도시가스와 발전·산업용 천연가스 가격이 2:1 이상으로 형성되는 국제 가스시장과 정반대 상황으로 올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한전 적자의 주범이다(그림 참고). 당장은 도시가스 요금을 할인해 민생을 챙기는 듯한 모양새지만, 결국 ‘아랫돌빼서 윗돌 괴기’같은 어이없는 임시변통으로 국내 전력, 가스시장 전체에 막대한 충격을 가져올 무책임한 처사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통화기구(IMF), 세계은행 등은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세계 각국 정부에게 에너지가격에 정치권이 개입하지 말고 전문규제기관에게 감독권을 위임할 것으로 권고해왔다. 이는 정치권의 개입으로 원가를 무시한 가격보조를 하게 될 경우, 가격의 에너지수요 조절기능 상실, 고소득 소비자에게 혜택집중(소득역진성), 그로 인한 적자분을 정부재정으로 메우면서 복지에 필요한 공공자원의 고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 2020년 한국정부에게 전기, 가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전기, 가스요금의 결정권한을 전기위원회와 같은 전문규제기관에게 위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세계 LNG 대란 장기화전망과 국내 기업, 소비자들의 자구책 대비 필요

 

그동안 정부여당의 관행으로 볼 때, 미증유의 세계적 에너지위기 앞에서도 전기, 가스요금의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국제 에너지시장의 거대한 변화를 무시하고 전기, 가스가격을 단순히 물가안정 수단으로만 여기는 관행은 마치 지난 1997년 구제금융위기를 앞두고 아무런 대비를 취하지 않다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유럽발 국제 가스대란은 러시아 가스를 LNG로 대체하려는 유럽이 미국 셰일가스 공급자들로부터 장기계약 물량을 도입하기 시작하는 2026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6월 독일 전력회사인 EnBW가 미국의 가스공급업체와 체결한 20년 장기계약(연간 1.5백만톤)의 최초 LNG물량은 2026년에 공급된다.

 

이는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 등 정부의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엄격한 환경안전규제로 LNG수출터미널 공사에 최소 4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향후 4년간은 유럽과 아시아가 한정된 세계 LNG공급물량을 두고 경쟁을 계속하며 LNG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결국 이와 같은 추세에서 정부여당이 계속 요금을 동결시킬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현재의 추정치들을 뛰어넘어 향후 정부재정으로도 감당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소비자와 기업에게 훨씬 충격적인 요금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따라서 개별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정부가 시장개선 및 요금정상화를 취하지 않더라도 올 겨울부터 본격화될 에너지대란에 대한 자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주택단열, 창호개선, 고효율 에너지기기 사용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기업들 역시 에너지다소비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전 사업장의 에너지효율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