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강화개인결과물] 전태하-대한민국 에너지 전환. 위기와 함께 찾아온 기회: 기후는 박애가 아니라 투자다.

작성자: jth7752 - 2021.02.10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 위기와 함께 찾아온 기회: 기후는 박애가 아니라 투자다.

 

에너지 프런티어 2기 단원 전태하

 

사실 그동안 기후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눈 앞의 시험, 친구, 돈 문제가 더 시급했습니다. 기후 위기는 북극곰들이나 한참 다음세대에게 해당하는 먼 이야기로만 생각했고 기술의 발전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옆동네에서 홍수가 났습니다. 차가 침수되고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자연재해 없는 도시 타이틀을 갖고 있는 대전이기 때문에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비 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사람은 자연 앞에 힘없는 존재였습니다. 기후위기는 저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였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뉴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한달 내내 장마가 계속되는게 우연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마지노 선으로 알려진 1.5도를 지키기 위해서 Net-Zero가 필요하고 이것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이기적이게도 탄소중립이 발전과 경제를 희생한다 생각하니 의지가 약해졌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필요하지만 가능하면 우리나라는 천천히하면 안될까 그 비중을 작게 하면 안될까 타협하고 싶었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그동안 앞으로 나아가던 인간이 결국 후퇴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에너지 프런티어 단원으로 선발돼 역량강화세션을 통해 이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에너지전환은 후퇴가 아니라 발전입니다. 큰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기회입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화석 에너지 보다 저렴해질 것입니다. 무한한 햇빛과 바람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원료 수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DR, EV, 스마트그리드, 마이크로 그리드, ESS, 프로슈머의 탄생과 같은 새로운 신산업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제대로 전환한다면 기회를 잡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기후위기보다 빠른 경제위기, 산업위기를 겪을 것입니다. 수출품엔 탄소 국경세가 붙을 것입니다.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은 금융과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것입니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은 박애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린뉴딜을 선언했지만 갈 길이 멉니다. 기술과 제도 모든 면에서 새롭게 바뀌어야 합니다. 우선 기술부분에 대해 보겠습니다. 재생에너지원은 유동성이 크고 분산 발전에 유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스마트 그리드와 스마트 인버터, 스마트 전력량계 AMI도입이 필요하고 이들이 도입된다면 현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DR을 전국민에게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ESS 기술과 수소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다른 지역으로 송전하기 위한 HVDC 기술도 개발이 되어야합니다. 수송과 건물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전동화와 탄소저감이 이뤄져야합니다.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 시멘트 분야에선 탄소저감 기술이 개발돼야합니다.

제도적인 부분에서도 과제가 많습니다. 우선 전력시장이 정상화 돼야합니다. 선물시장, 하루전 시장, 당일 시장의 도매 분야에서 개방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제3자 PPA, 실시간 요금와 같은 소매시장에서의 개편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현재 연료비에 따라 변동하는 전기요금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변해야합니다. 잘 설계된 전력시장에서 소비자는 탄력적으로 반응할 것이고 프로슈머로 변모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그리드 패리티가 오기 전까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적절한 지원제도가 필요합니다. 분산에너지의 특성으로 인해 한국전력공사의 송배전, 판매 독점 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에너지전환이 현재 한국의 국가 주도의 탑다운 방식에서 지역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열쇠가 될지도 모릅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희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제대로 해낸다면 단순히 에너지 분야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세상을 맞이할지는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에너지전환에 있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발동이 걸리면 변화하는 속도가 빠른 나라입니다. 그리고 발동이 걸리기 위해선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프런티어로 활동하는 동안 그리고 활동기간이 끝나고도 사람들에게 알리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