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답사개인결과물] 정수진 - 현장답사, 시야를 넓히다

작성자: msandra - 2021.02.10

현장답사, 시야를 넓히다

 

현장답사를 다녀오며 배운 점

1. 기사는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현장에서만 찾을 수 있다.

현장답사를 통해 느낀 점 중 하나는 기사가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사는 찬성하는 주민들의 입장,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 사업자, 지자체의 입장을 짧지만 모두 담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답사는 기사와는 다른 또, 기사로는 알 수 없는 정말 현실의 이야기를 알려주었다.

 

- 기사를 보고 예상했던 내용과 달랐던 점

먼저, 기사로 염해 농지 태양광을 둘러싼 갈등에 관해 접했을 때 태양광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할 것이고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생계를 지키기 위한 투쟁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중에서도 현재 반대의 주축이 임대농인데 태양광 사업으로 인해 임대농이 입을 피해가 치명적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답사를 다녀온 후 알게 된 사실은 임대농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이 아니었고, 태양광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있지만, 기사에서 말하는 내용처럼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해당 부지 외에도 다른 농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임대농을 위한 보상책도 기업이 마련하고 있었다. 기사는 왜 임대농이 태양광 사업으로 인해 모든 생계를 잃을 것처럼 표현하고 있을까?

 

두 번째는, 염해 농지 태양광이 농사가 잘되는 멀쩡한 땅에 굳이 명분을 만들어 태양광 발전을 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고, 농업을 기반으로 살아온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이 이루어지면 마을공동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반대대책위의 발언이 어느 정도는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찬성 측 주민과의 인터뷰에서 이때까지 내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보를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기사에서는 반대대책위의 의견이 주로 나온 탓에 기사를 보며 나도 반대 측의 논리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찬성 측 주민과의 인터뷰에서 들은 내용은 현재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염해가 있기는 하다. 이전보다 농작물 생산량이 준 것은 사실이다. -> 물론, 이는 Fact-check을 해봐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염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마을에서 연세가 많아 농사를 짓지 못하는 토지주들은 현재 임대료 외에는 다른 수입원이 없는데 태양광으로 인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태양광 사업이 주민들에게 실제로 이익을 제공하는 필요한 사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기사에 나온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 이유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 외에도 근본적인 이유가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사실 기사에 자주 나오는 내용인 미관 훼손, 가짜뉴스로 인한 주민들의 오해, 임대농 보상 등이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을 반대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쉬울지 모른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해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있기도 하고, 현재 해결책이 없어도 사업자와 앞으로 소통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반대 주민이 사업자와 찬성 주민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기사에 나온 반대이유가 그들이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에는 감정적인 문제가 얽혀 있을 수도 있고 복잡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을 풀기 어려운 이유가 주민 간 감정적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마음 저변에 얽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2. 현장에 가기 전까지 가해자와 피해자를 단정할 수 없다.

현장답사 전에 들었던 멘토님의 조언 중 하나는 현장에 가기 전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사업자와 주민 그리고 임대농과 토지주와의 관계 모두에 적용되는 듯했다.

 

- 사업자-주민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면 사업자는 가해자, 주민들은 피해자로 인식한다. 하지만, 현장답사를 통해 느낀 점은 사업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대호지쏠라파크 SKD&D 유성 부장님께서 사업자의 입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달리고 있다”라고 표현하신 것이 인상이 깊었다. 외지인이 지역의 여론을 극복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였다. 사업자가 설명회를 열고 싶어도 반대 측 주민이 참석하지 않거나 해당 지역의 마을 리더가 태양광 사업에 반대하는 경우 사업설명회조차 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또한, 정부는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 확산을 외치고 있지만, 정책이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고 정부에서 장려하는 주민참여형 사업, 협동조합이 정작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사업자가 정보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인터넷과 사업자에 정보를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업자를 신뢰할 기반이 부족하고 사업자는 시간이 없는데 주민들에게 기초적인 설명부터 제공해야 했다. 지자체는 민간사업이라 개입할 수 없다고 하는데 주민들과 사업자는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말했다. 어디에 시선을 두는지에 따라 각각의 이해관계자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보이기도 했다.

 

- 토지주-임대농

두 번째는 토지주와 임대농의 관계이다. 보통은 토지주가 강자, 임대농이 약자로 인식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점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임대농은 토지주와 비교해 약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임대수익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토지주가 (약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약자로 보였다. 임대농의 반대로 인해 토지주가 태양광 발전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험도 있었고 정말 많은 관계가 얽혀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토지주가 강자, 임대농이 약자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 같았다.

 

3. 새로운 시각을 만나다

당진시에너지센터 센터장님과 인터뷰 도중 주민과 사업자의 갈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주민과 사업자 각각의 이야기를 들으며 갈등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지만 이 갈등을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하는 막막함이 있었는데 지역 출신의 전문가이자 제삼자이신 센터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두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새롭게 보였다. 센터장님은 “지역별로 특성이 다르므로 지역의 특성을 잘 아는 현지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구체적으로 석문면 주민들은 경제적인 이익에 밝아 이 부분에 집중해서 설득해야 하고, 적서리 주민들은 연안 차씨의 집성촌으로 설득 시 화합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대호지면 주민들은 독립운동의 역사도 있고 여러 배경으로 명분이 굉장히 중요시한다. 따라서 설득 시 명분을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지역별로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문장 자체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의미를 인제야 알게 된 느낌이었다. 또 지역의 범위가 마을 단위로 좁혀질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어쩌면 이것이 이해관계자 간 소통에서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자와 주민 간 소통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서로의 역사적, 문화적 상황을 모르고 대화를 시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것과 같이 마을의 역사적, 문화적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답사 후 느낀 점…

답사를 다녀온 후 ‘과연 한국의 재생에너지에 성공사례가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성공사례와 갈등사례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답사 중 사성리 근처에 있는 초락도리에서는 사업자가 발전사업허가를 받았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초락도리에서 주민들이 찬성한 이유가 궁금해 대호지쏠라파크와 협동조합 조합원들과의 인터뷰 당시 초락도리에 대해 여쭤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허무했다. 초락도리는 마을 이장이 찬성했기 때문에 주민 수용성 조사에서 찬성표를 받기 수월했다는 것이다. 초락도리 주민들이 태양광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는 말씀도 하셨다. 대호지면과 초락도리의 차이는 마을 리더의 입장 차이였다. 이를 듣고 ‘태양광 사업에 찬성한 마을의 주민들이 과연 태양광 사업을 하는 이유, 태양광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주민참여형 사업의 내용 등에 대해 이해를 하고 찬성을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을의 이장을 따라, 또 사업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 태양광 사업을 하는 것이 정말 성공사례일까? 단순히 주민들의 찬성을 끌어내면 되는 것일까? 이런 주민참여형 사업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자-주민 그리고 주민-주민 간 정보가 불균등한 현재 상황에서는 속에서 사업자 주도의 사업밖에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당진의 대호지면 적서리와 사성리의 경우 협동조합이 사업자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협동조합은 원래 주민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주민들이 주민참여형 사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 까닭에 사업자가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협동조합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대 측 주민들은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을 사업자와 결탁한 세력으로 보고 ‘앞잡이’라 부르기까지 했다. 주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할 분위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답사 후 정말 많은 고민이 생겼다.

 

좋았던 점…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명분과 용기를 준 에전프 현장답사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정말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답사를 다녀온 후 에너지전환 청년 프런티어 활동이 아니더라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정부의 관련 부처에 연락해서 혹은 마을에 직접 찾아가서 내가 궁금했던 정보를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는데 이때까지 나는 이를 몰랐고 또 현장에 명분 없이 찾아갈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 직접 찾아가 이해관계자들을 인터뷰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준 에전프 현장답사 활동에 정말 감사했다. 또 코로나 19로 인해 팀원들과 계속 비대면으로 소통해왔는데 현장답사 동안 대면으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코로나를 통해 대면소통의 중요성을 정말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아쉬운 점…

주민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부족했다.

답사 첫째 날, 마을회관에서 혹은 길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 19 상황으로 마을회관은 모두 문을 닫았고 대호지면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한산했다. 적서리에서 사성리까지 끝도 없이 걸었지만, 우리가 모르는 주민들만의 아지트가 따로 있는 것인지 주민들을 만나기가 정말 어려웠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집, 태양열 기기를 설치한 집,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주변에 있는 집에 들어가 초인종을 누르고 집주인을 애타게 불러봤지만 아무도 계시지 않았다. 우리가 마을을 잘 몰랐던 탓인지도 모른다. 기회가 된다면 주민들이 모인 곳으로 다시 찾아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