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답사개인결과물] 이지우-현장에서 전력시장의 방향을 찾다

작성자: bbizi14 -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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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전력시장의 방향을 찾다

이지우

 인터뷰를 모두 마쳤다. 계획과는 다소 달라진 일정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순서대로 GS E&R의 위진 상무님, 그린피스의 김지석 위원님,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의 RPS 사업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이하 대태협)의 정관호 총무님, 발전공기업의 신재생총괄실, UPC Solar Korea의 박재필 대표이사님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서면으로 에너지나눔과 평화의 김태호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록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연락에 실패했고 에너지공단의 상세한 답변을 듣지 못했지만, 성사된 인터뷰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전력시장’이라는 주제에 배정받은 이후 팀 변경을 고민했었다. RPS라는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내용과 문제점은 전혀 알지 못했다. 짧은 시간 동안 팀원들과 공유한 생각이 마음에 들어 전력시장 팀에 남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제대로 된 문제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역량강화프로그램의 모든 일정은 끝이 났고, 우리 팀은 현장답사라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정해진 틀에 맞춰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관계자 지도를 만들라는 과제는 우리를 더욱 다급하게 만들었다. 경직된 상황에서 멘토님과의 시간을 가졌고, 멘토님은 길을 잃은 우리에게 프런티어 활동을 즐기라는 말을 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즐기기로 했다. 주어진 문제정의 틀에서 벗어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초반에 진행한 위진 상무님, 김지석 위원님과의 인터뷰에서는 재생에너지 시장 전반에 대해 질의했다. 정관호 총무님께는 대태협이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할 때 발표한 입장문을 바탕으로 RPS의 문제점에 대해 질의했다. 발전공기업에게는 특수목적법인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전반적 입장에 대해 질의했다. 박재필 대표이사님께는 해외와 비교한 국내 대규모 발전 사업의 어려움에 대해 질의했다. 마지막으로, 서면으로 진행한 김태호 대표님과의 인터뷰에서는 대표님이 기고하신 긴급제언문을 바탕으로 RPS의 문제점과 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다.

 소규모 발전사업자와 대규모 발전사업자 간 대립 구도와 발전공기업의 소극적 태도를 생각한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소규모 발전사업자와 대규모 발전사업자 모두 에너지전환을 위한 각자의 영역이 존재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특별간담회를 통해 답변을 들을 수 있었던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오수산나 처장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처장님께 드렸던 질문은 그리드 패러티가 달성될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미래에서의 협동조합 및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모습이었다. 처장님은 현재 협동조합은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되기 위해 규모를 확장하고 있으며,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경우 사업 모델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가정에서는 소규모 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되, 부족한 부분을 대규모 발전사업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김지석 위원님은 빠른 속도의 에너지전환을 위해 시장의 중심은 대규모 발전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 달성을 위해 지금 당장 대규모 발전사업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정의로운 전환은 조금 제쳐둘 필요가 있다는 위원님의 말씀이 내게는 유독 인상 깊었다. 에너지전환과 탈석탄을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말이 ‘정의로운 전환’이다. 에너지전환을 하되,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를 외칠 때 항상 부딪히는 부분이 석탄화력 산업 종사자들의 실업 문제이다. 현실적 문제들을 인식할 때마다 탈석탄에 대한 마음이 기우뚱거리고는 했다. 하지만 위원님의 말을 듣고 입장이 조금은 확고해졌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소규모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지역 주민들을 ‘피해자’로만 생각하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진 상무님의 말씀이었다. 이는 현재 국내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와 연관이 있다.

 박재필 대표이사님이 해외 사례로 제시하신 국가는 인도였다. 이미 그리드 패러티를 달성한 인도의 전력시장은 철저히 대규모 발전 사업 위주의 시장이다. 국가에서 Solar Park라는 제도를 통해 계통과 민원을 책임지고 발전사업자들이 가격으로만 경쟁할 수 있는 경기장을 만들어준다. UPC Solar Korea의 경우, 총 사업비의 약 5%를 민원 비용으로 책정한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의 민원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위진 상무님의 말씀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한편, 인도의 재생에너지 계약 과정은 매우 투명하다. 계약 체결 여부만 알 수 있는 국내 제도와 다르게 입찰 업체와 가격을 모두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발전사업자들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낙찰되기 위해 자신의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RPS 운영의 불투명성 논란으로 이제서야 RPS 운영위원회 명단을 공개한 국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RPS에서 불투명성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수익의 불안정성이다. 과잉공급으로 REC 가격이 하락하면서 현물시장에서의 거래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현재 REC 의무 공급 발전사업자는 총 23곳으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6곳을 비롯한 발전사기업 17곳이다. 올해 공시된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은 총 3,892만6,912MWh로, 작년 대비 23% 증가한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급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REC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현재 발의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의무 상한 폐지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놀랐던 부분은 발전공기업 역시 RPS 의무 상한 폐지에 찬성한다는 것이었다. RPS가 아니더라도 산업의 미래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할 계획이며, 오히려 RPS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발전 확대를 방해한다는 의견이다.

 RPS 의무 상한 폐지와 함께 제시된 대안은 전력구매계약(PPA)이다. PPA를 통해 기존의 재생에너지 판매자들 간 경쟁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구매자들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 진정한 자율경쟁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는 직접 PPA가 논의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수급균형을 위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바이오매스, 한국전력의 사업모델 등 전력시장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보다 심화된 내용을 공부할수록 전력시장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도시를 비롯한 생활공간에 설치된 소규모 재생에너지원을 모아 가상발전소(VPP)를 운영하고 부족한 전력은 대규모 발전소에서 끌어오는 미래의 구체적인 모습이 궁금해졌다. 미래를 상상하니 현재 전력시장이 변화해야 하는 방향에 대한 윤곽이 그려졌다. 내가 그린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현행 제도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전력시장이 거쳐야 하는 단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통해 국내형 전력시장 솔루션을 제시할 계획이다.